(4) 수리산(高位山) 天龍寺址를 찾아서

2013. 1. 7. 20:11문화유적 답사기/천년을 흐르는 신라의 숨결을 찾아서

천년을 흐르는 신라의 숨결을 찾아서 

(4) 수리산(高位山) 天龍寺址를 찾아서

    2012.11.29.

  

신우대 숲길을 벗어나니 홀연 산정호수가 보인다.

호수는 남산과 하늘을 담고 있다.

백운재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니 고위산이다.

 

고위산高位山  494M

고위산은 예로부터 수리산이라 불렀다.

수리산은 천룡산(天龍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산에 천룡암(天龍岩)과 천룡사(天龍寺)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의 평평한 땅 위에 오석으로 만든 낮으막한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이 시원치 않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니 조망대가 있다.

이무기 능선과 태봉, 용장사지 3층석탑, 금오산 그리고 바위 능선들이 시원히 조망된다.

고위산과 금오봉 사이에 펼쳐진 흰 암봉들

작지만 웅장한 산세를 느끼게 한다.

바라 보이는 이곳에는 경주 남산에서 가장 깊은 골인 용장골과 열반골이 있고, 기암과 괴암이 즐비한 아름다운 암릉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무기능선 흰 암봉에 산님들이 보인다.

 

경주 남산의 산정 호수

 

    

고위산 高位山 정상 표지석

 

 

 

  

금오산을 중심으로 그 아래로 태봉, ;맨 아래 능선이 이무기능선이다

 

  

 

이무기 능선 암봉에 산님들이 보인다.

 

고위산 정상에서 가파른 능선길을 내려오니 열반재다

고위산 허리를 돌아 부드러운 산길을 걸어 천룡사지로 향한다.

우선 깊은 산 중에 있는 쌈밥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한상 가득히 차려 나온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니 암울하게 짙게 끼었던 구름은 씻은 듯 사라지고 새파란 하늘이 열려 있다.

청명한 하늘로 인해 마음이 상쾌해진다.

옛 적 이곳 일대는 천룡사가 있던 터이다.

허물어진 석탑이 있는 공터 감나무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호국호법성지 남산 천룡사지' 표지판이 보인다.

신우대가 빼 욱한 대숲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 감이 달린 감나무가 열 지어 서 있다.

하얀 삼층석탑이 푸른 하늘에 우뚝 솟아 있다.

삼층석탑 뒤로 고위산이 바라보인다.

   

 

  

 

 

신우대 숲

 

  

신라 시대에는 이곳에 있던 절을 수리사(高寺)라 불렀다.

통일 신라 초기 당나라 사신 악몽귀가 이 절에 와보고 이 절이 허물어지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 하였다 한다.

이 절은 신라 말기에 허물어진 것을 고려 초기(1040년)에 이르러 최제안이란 사람이 두 딸을 위해 절을 세웠다.

최제안에게 두 딸이 있었는데 이름을 천녀(天女), 용녀(龍女)라 하였는데, 두 딸의 이름을 따 천룡사로 했다고 한다.

두 딸을 위해 지은 절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실상은 신라시대부터 임금님의 무병장수와 국태민안을 기도하는 중요한 절이었다고 한다.

             

삼국유사 탑상 편 <천룡사> 조에는,

"동도의 남산 남쪽에 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우리 말로는 수리산(高位山)이라고 한다. 그 산의 양지쪽에 절이 있으니 속칭으로 수리사(高寺) 혹은 천룡사(天龍寺)라고 한다.'토론삼한집討論三韓集'에 이르기를, 계림 땅에 딴 곳에서 흘러온 두 물줄기와 거슬러 흐르는 한 물줄기가 있는데, 그 거슬러 흐르는 물과 딴 곳에서 흘러온 물의 두 근원이 하늘의 재앙을 진압하지 못한다면 천룡사가 뒤집혀 무너 앉는 화를 맞게 된다고 했다. 민간에 이르기를, 거슬러 흐르는 물이란 이 주州의 남방 마 등 오촌馬等烏村의 남으로 흐르는 내가 이것인데, 또 이 물의 근원은 천룡사에 뻗치게 된다고 한다.

중국의 사자 악붕귀가 와서 보고 말했다. "이 절을 파괴하면 곧 나라가 망할 것이다. "또 서로 전해 이른다.  옛날 이 절의 시주施主에게 두 딸이 있었는데, 이름을 천녀天女. 용녀龍女라 했다. 부모는 두 딸을 위해 절을 세우고, 두 딸의 이름을 따서 천룡사라 했다. 경지境地가 이상하며, 불도를 돕는 도량이었는데 신라 말기에 와서 쇠잔하여 파괴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중생사 관음보살이 젖 먹여 기른 최은암의 아들은 승로承魯였는데, 승로는 숙을 낳고 숙은 시중 제안을 낳았었다. 제안은 이 절을 고쳐 수축하여 없었던 절을 일으켜, 이데 석가만일도량을 설치하고, 조정의 명을 받아 다시 신서信書의 원문까지 절에 남겨 두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자 절을 지키는 신이 되었는데, 자못 신령스럽고 이상함을 나타내었다.

;.......     "

지금의 삼층석탑은 천룡사지에 나뒹굴던 탑재들을 모으고 없어진 기단의 일부와 꼭 대가 머리 장식을 보충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1991년 동국대학교에서 다시 세웠다 한다. 탑 주변에 석조(石槽)와 석등 부재들과 주춧돌이 남아 있다.

  

삼층석탑

 

 

삼층석탑 너머 고위산이 보인다

 

  

절터에 남아 있는 석조

 

 

석등 연화 하대석, 간석 ,주춧돌 등 석재들을 모아 놓았다

 

아늑한 법당  앞마당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법당 주위로 울울한 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새파란 하늘에 우뚝 솟은 수리봉 꼭대기에서 절터를 향해 내려 뻗은 바위 등성이가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인다.

아! 천룡암(天龍岩)이다.

 

고청 윤경렬은 천룡사터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하늘에서 푸른 구름사이로 꿈틀거리면서 내려오는 천룡의 모습으로 이룩된 수리산 정상에서 좌우로 뻗어 내린 두 산맥이 터를 감싸고 있는 

것도 신령스럽지만 300m나 되는 높은 산 위에 이렇게 넓고 아늑한 터가 있다는 것은 더욱 경이롭고 신비로운 일이다.

서쪽을 향하여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이조(伊助)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고 박달리 부근 산들이 아물아물 아래세계(下界)의 산들처럼 아득하게 보인다.

산 밑에는 기린 내가 산기슭을 씻으며 흘러가는데 박달리 부근에서 흘러 오는 이조 내(伊助川)는 이 터를 향해 흘러드는 듯하다.

명당이란 과연 이런 곳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 아닐까."

 

법당 뒤로 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수리산(高位山)과 바위 등성이 천룡암(天龍岩)이 보인다.

 

절터

박 남 원

 

묵은 침묵은 하늘을 무수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과
재잘대는 물소리에 나뭇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깨어진 기와조각 몇 개와
세월이 반은 가져가버린 주춧돌의 흔적.
옛날에는 규모가 잘 갖추어진 절이었나 보다.
봄에는 진달래만발하고
가을엔 단풍들이 찬란하게 피어
옛날에는 무척 아름다운 절이었나 보다.
사계절 한 번도 색 변할리 없는 단청과
법당 벽에는 훌륭하게 그려진 관세음보살상이
그려져 있었을지도 몰라.
바람이 오동나뭇잎을 쓸어내는 겨울밤엔
처마의 풍경 소리가 하늘을 이고 와서 번뇌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염불 소리는 고향 가듯 풀숲으로 다가와서는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제
수억 겁 고독의 시간을지 내와서도
언제나 푸름을 피워내는 푸른 산 둘레를 바라보고 있다.
허물어진 날을 가슴에 받아 들고
한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이 되어
그 자리에 한 움큼의 산이 되어서.

  

 

 

천룡암(天龍岩)을 더욱 가까이 보기 위해 윗 절터를 향하여 오른다.

산기슭을 조금 걸어 오르니 높은 축대 위로 절이 보인다.

수리산(高位山) 정상에서 절터로 뻗어 내린 바위 등성이는 꿈틀거리는 천룡이 되어 땅에 내려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들었다.

머리를 치켜든 용두암이 신비롭게 보인다.

용두암을 향해 어느 보살이 수 없이  큰 절을 올리고 있다.

퇴색한 법당 앞에는 나신(裸身)의 배롱나무가 서 있는데 흡사 사슴의 뿔 형상을 하고 있다.

 

古靑 윤경렬은 천룡암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수리산 정상에서 절터 쪽으로 뻗어 내린 큰 바위 등성이는 꿈틀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용처럼 생겼다.

그 머리는 땅에 내려와서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는데 보통 용두암(龍頭岩)이라 한다.

용두암 바로 밑에 깊은 우물이 있는데, 이 부근에 있는 약물과 같이 물맛이 신비롭기로 이름이 높다.

이 용두암을 가까이 바라보면 꼭 큰 배가 파도를 헤치며 떠나가는 듯하다. 그 때문에 운도암(雲棹岩)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 부근에 근래에 지은 작은 암자가 있으니 천룡암이다."

 

 

 

불국사의 말사인 고위산 천룡사 지붕 위로 용두암이 보인다

 

    

고위산에서 꿈틀거리며 내려오는 천룡암 그리고 용두암

 

  

용두암(龍頭岩), 운도암(雲悼岩)이라고도 부른다

 

  

나신(裸身)의 배롱나무가 사슴의 뿔 형상처럼 보인다

 

 

산신각

 

  

열반재에서 내려서니 관음사다.

수리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열반골의 길이는 약 600m의 골짜기이다.

열반이라는 말은 완전히 도를 닦아 속세의 모든 욕심과 번뇌를 영원히 떠나서, 고요하고 안정된 부처님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다.

기이하고 기묘한 바위들로 가득한 계곡이다.

관음사 대웅전 뒤로 큰 곰바위가 보인다.

 

큰곰바위

 

  

관음사 대웅전과 큰곰바위 그리고 삼층탑도 보인다

 

 

관음사 종각

 

 

용장골과 열반골이 만나는 지점에 내려오니 심한 갈증으로 옆에 있는 천우사에 든다.

스님에게 식수를 부탁하였더니 물 한 사발을 차반에 받쳐 준다.

물빛이 불그무레한 찻물이다.

벌떡벌떡 차 한 사발을 다 마시고 합장하며 감사하다 하니 스님은 빙그레 미소만 짓는다.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