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萬魚石의 맑은 종소리 들리는 萬魚寺

2012. 4. 6. 10:51도보여행기/駕洛國의 편린을 찾아서

(4) 萬魚石의 맑은 종소리 들리는 萬魚寺

   

- 낙동강 철길 옆의 원동 매화마을을 찾다

만어사 가는 길목에 있는 낙동강 철길 옆의 원동 매화마을을 찾기로 한다.

13:00시 통도사 신평터미널에서 양산행 버스에 승차한다.

양산에서 "원동역 가는 버스로 환승하려면 이 정류장에서 내리세요"라고 버스 기사가 친절히 알려준다.

"버스시간은 잘 모르겠고 기다리면 온다"고 한다.

버스 오기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 하고 생각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정류장 내에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이 보인다.

알림판에는 '40분 후 도착' 불이 들어왔다.

원동마을 행 버스에 승차하니 물금을 지나 굽이굽이 마을을 돌아 1시간 여 걸려 원동초등학교에 앞에 도착한다.

원동역에 가서 삼랑진 가는 무궁화 열차 시간을 문의하니, 아예 역무원이 인쇄된 시간표를 주며 휴대하며 보라고 한다.

 

원등초교에서 언덕으로 난 도로를 오르면 매화공원이 있고 그 아래 언덕이 매화나무 가득한'순매원'이다.

매화 언덕을 감고 질펀히 낙동강이 흐른다.

기찻길도 매화 언덕 옆으로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다.

멀리 강 건너 낙남정맥 능선이 흐른다.

100여 년 전인 해방되기 전부터  이 언덕에 매화를 심기 시작했고, 100년 된 고매 50여 그루를 포함한 8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원동역 근처에서 음식점을 찾았으나 문은 잠기고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다.

휴대한 기차 시간표를 보니 원동역에서 삼랑진 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원동역에서 나란히 이어지다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하나 되어 언덕 뒤로 사라지는 철길을 본다.

기다림도 여행의 한 즐거움이다.

머물게 하여 지친 다리를 쉬게 하여 좋고, 여행 기록도 수첩에 메모할 수 있어 좋다.

삼랑진행 열차에 오른다.

달리는 차창으로 아름다운 낙동강의 풍경이 이어진다.

낙동강 물등 위로 석양이 금빛 되어 부서진다.

 

萬魚石의 맑은 종소리 들리는 만어사(萬魚寺)

2012. 3.21. 수요  맑음

 

삼랑진(三浪津)은 밀양강이 낙동강 본류에 흘러들어 세 갈래(三) 물결(浪)이 일렁이는 나루(津)라 하여 삼랑진(三浪津)이라 하였다.

예로부터 영남대로(嶺南大路)와 접속하는 수운의 요충지로 조선 후기 동안 낙동강의 가장 큰 포구(浦口) 중의 하나였다.

삼랑진읍은 밀양, 양산, 김해 세 지역이 접경을 이루며, 경부선과 경전선이 분기하는 철도교통의 요지이다.

06:00  삼랑진읍 숙소에서 나와  푸르스름한 길을 걷는다.

삼랑진초등학교 앞을 지나 무곡마을 광천마을을 지난다.

우곡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만어사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우곡마을

 

만어사 가는 길은 등산길이다.

걸어 갈수록 구불구불한 가파른 길이다. 2차선 도로가 1차선 도로로 바뀐다.

전원주택 택지조성 중인 곳을 지나니 너널지대가 보인다.  '하늘아래 첫 집' 입간판이 있는 곳부터는 아예 소로로 바뀐다.

곳곳에 너덜지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깊은 산중에 작은 마을을 이룬 집들이 나타난다.  너덜지대에는 방목하는 염소들이 뛰놀고 있다.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으니 만어사 입구가 보인다.

 

 

 

 

 

 

높은 돌축대 위로 큰 나무 한 그루와  절 지붕들이 보인다.

 

 

만어사

 

                                                 

 만어사(萬魚寺)

'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에 따르면,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의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스님은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일러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는데, 왕자가 머물러 쉰 곳이 바로 이곳 만어사라고 한다. 그 뒤에 왕자는 큰 미륵돌로 바뀌었고, 수 많은 고기들은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 이 절의 미륵전 안에 있는 5m 정도의 뽀족한 자연석이 바로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미륵바위라고 전해온다. 미륵전 아래에 첩첩이 깔려 있는 돌너덜의 어산불영은 고기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 하여 萬魚石이라 부르며, 두드리면 종처럼 맑은 쇳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鐘石)이라고도 부른다."

 

또 '삼국유사' '탑상편' '어산불영(魚山彿影)'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만어산은 옛날의 자성산 또는 아야사산인데, 그 옆에 가락국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곧 수로왕이다. 이때 그 영토 안에 玉池가 있었는데, 그 못안에 독룡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 다섯 나찰녀가 있어 그 독룡과 서로 오가며 사귀었다. 그러므로 때때로 뇌우를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왕은 주술로써 이 일을 금하려 해도 할 수 없으므로 머리를 숙여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더니 그제야 나찰녀가 오계를 받았는데 그 후로는 재해가 없었다. 그 때문에 동해의 고기와 용이 마침내 골짜기 속에 가득 찬 돌로 변하여 각기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난다 또 살펴보면 대정 20년 경자는 고려 명종 10년(1180)인데 처음으로 만어사를 세웠다."

 

김수로왕이 재해를 물리친 부처님의 은덕에 감사하여 이곳에 만어사라는 절을 지었고,  그 후 고려 명종 10년에 중창된 것으로 보인다.

만어사 전경 종각 요사채 대웅전 삼성각 삼층석탑이 보인다

 

너덜지대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돌로 변한 미륵바위가 있는 미륵전

 

만어사는 갖가지 신비한 현상을 간직하고 있다.

만어사가 있는 계곡을 따라 수많은 바위들이 일제히 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전설처럼 입질하는 물고기 모양의 크고 작은 수많은 검은 돌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돌들을 만어석(萬魚石)이라 한다.

작은 돌을 주워 이돌 저돌을 두들겨 본다.  신기하게도 쟁..쟁..쟁!.. 맑은 죄송소리가 난다.  

두드리면 쇠종 소리가 난다고 하여 종석(鐘石)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두들겨 본다.

소리가 다 똑 같은 것은 아니다.  쇠종소리도 나고 옥소리도 난다.

소리 나지 않는 것도 있다.

삼국유사에는 골짜기 속의 돌이 거의 3분의 2는 모두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 하였는데 사실인 것이 확인되니 신비롭기만 하다..

 

미륵전의 미륵바위는 동해 용왕의 아들이 변한 돌이며  '삼국유사' '탑상 편'에 있는 魚山彿影의 돌이다.

바위 표면의 굴곡 그리고 빛깔과 선들이 마치 어떤 형상이 있는 듯하고, 불그무레한 부분은 마치 가사(袈裟) 모양처럼 보여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만어사는 모두 너덜지대 밑에서 흐르는 물을 뽑아 쓰고 있다.

그러니 너덜지대 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삼국유사' '탑상 편' '어산불영'조에는 만어산의 신비에 대한 내용이 있다.

"동량 보림이 위에 글을 올려 아뢰었다.  ' 이 산중의 기이한 자취가 북천축 가라 국의 부처의 영상에 관한 일과 서로 맞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산 가까운 곳이 양주 경계의 옥지인데, 이 못안에 또한 독룡이 살고 있다는 것이요, 둘째는 때때로 강가에서 운기가 일어나 산꼭대기까지, 이르는데, 그 구름 속에서음악소리가 난다는 것이 그것이요, 셋째는 부처 영상의 서북쪽에 반석이 있어 늘 물이 고여 끊어지지 않는데 이것은 부처가 가사(袈裟)를 씻던 곳이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이상은 모두 보림의 말인데 지금 친히 와서 예를 갖추고 보니, 분명히 믿을 만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골짜기 속의 돌이 거의 3분의 2는 모두 금과 옥의 소리를 냄이 그 하나요, 멀리서 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보이지 않으며,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아니하기도 함이 또 하나이다."

 

또 이런 귀절도 있다.

"부처가 몸을 솟구쳐 돌 속으로 들어가니, 돌은 맑은 거울과 같아졌으므로 사람들이 그 용모를 볼 수 있었다. 모든 용이 다 나타났다. 부처는 돌 속에 있으면서 밖으로 빛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생들이 볼 때에는 멀리서 바라보면 곧 나타나 있고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않았다. 제천이 부처의 영상을 공양하니 부처의 영상도 또한 설법하였다. 또 이르기를 '부처가 바위의 위를 발로 밟으니 문득 금과 옥의 소리가 났다'라고 하였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변한 돌미륵바위 :삼국유사의 '魚山彿影' 속의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위 표면에 어떤 영상이 있는 듯 보이고, 불그무래한 부분은 가사 모양처럼 보여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미륵바위는 입질하는 물고기 형상을 닮았다.

 

                                            

미륵전 밖으로 미륵바위가 삐죽이 나와 있다.

 

                                          

용왕의 아들을 따라온 수많은 고기떼가 돌로 변하였다는 만어석; 두드리면 쟁쟁쟁 맑은 쇠종소리가 난다.

 

                           

 

 

 

 

 

 

 

 

 

 

 만어사는 근래에 지어진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요사채 미륵전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절이다.

고려 명종 때 중창될 때 같이 건립된 군데군데 부서진 고색 어린 삼층석탑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탑도 만어석으로 만들어졌는지 두들기면 죄송 소리가 난다.

만어사 삼층석탑보물 466호

 

고려시대에 만어사와 함께 세워졌다고 한다.

삼층석탑은 만어사가 세워질 당시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기단부는 고려시대 석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층기단으로, 기단이나 탑신부는 비교적 완전하나, 상륜부는 없어졌다.

후대에 별개의 석재를 다듬어 보주를 얹어 상륜부를 대신하고 있다.

 

萬魚山(670.4m) 정상에 오른다.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산답게 만어산 정상은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겹겹의 산들이 조망된다.   

낙동강이 산과 산 사이로 흐르고 있다.

  

내 귓속의 물고기 한 마리

정 일 근

 

젊은 의사는 내 귀의 이명현상을 일시적인 난청으로 진단했다
나는 의사에게 지난 주말 만어사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일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만어산 만어사를 다녀온 후
내 귓속에 숨어 따라온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나를 괴롭히는 귀울음 현상의 주범이 아닌지를 묻지 못했다
만어사에서 돌 속의 물고기들이 내는 금종소리 은종소리를 듣다가
산수유 노란 꽃그늘에 누워 낮잠이 들었는데
그때 나는 분명히 내 귓속으로 숨어드는 물고기 한 마리를 보았다
바위 아래 푸른 바다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와 달팽이관 안에 놀고 있다는 것을
의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절집에 걸린 풍경처럼 소리를 내는 물고기를 믿지 못할 것이다
신라사람 경문왕의 당나귀 귀를 본 복두쟁이의 마음처럼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고통이 신화를 만든다
만어산에는 소금내음 풍기며 바다가 출렁거리고
만어사 바위들이 내는 종소리가 그 바다에서 물고기로 태어나고
그중 한 마리가 내 귓속에 들어와 일으키는 시인의 이명을
간단한 처방전을 쓴 후 이내 다음 환자를 호명하는
젊은 의사는, 그 비밀을 고백한다 해도 알지 못할 것이다

 

만어산 정상 표지석

 

 

 

 

 

산과 산 사이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