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2011. 12. 4. 00:35ㆍ사진/야생화
동백꽃 지는 날
청하 권대욱
거룩한 대지의 한복판, 서럽게
동백꽃 지는 소리가 빈 마당 적시고 있다
설렘과 겹쳐지는 대설주의보로
대웅보전 기둥 앞 하얀 나비처럼
추락하는 영혼 되어 마지막 기도를 올리면
문풍지 가늘게 두드리는 풍경소리는
제 가슴 열어 긴 밤 함께 지새워주더니
백련사 동백은 언제 또 꽃 피울는지
넉장거리로 누운 핏빛 꽃 이파리가
주저하는 제 동족을 올려보며 낙화를 재촉한다
소나기 같은 이별, 무상한 이월의 바람에
피었다가 지는 꽃 이파리이지만
돌 담장 낮은 이 절집 여백 생긴 빈터를 채우려
짧은 생애, 빨개진 육신 미리 바쳐
무심한 세상의 자양분 된다
죽어야만 재생하는 존재가
이승에서 저승 가는 길목에서 겪어야 할
덜 여문 봄의 이별은 여전히 아프다
윤회해왔던 서러운 미소 흘리며
뛰어내렸던 이파리는 날개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