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8. 13:16ㆍ사진/사찰
선암사 칠전선원 4단 다조(茶槽)와 다로(茶爐)
칠전선원의 달마전 부엌문을 나서니 담장이 둘러 쳐진 고즈넉한 뜰에 햇볕이 가득 쏟아지고 있다. 이곳에 땅과 하늘과 바람과 햇볕이 만나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는 돌확 4단 다조(茶槽)가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실 맑은 물이 돌확을 흘러넘친다. 배열과 구조의 아름다움, 돌확의 고졸함 그리고 이끼들로 예스러운 정취를 느끼게 한다.
칠전선원 담장 너머는 천여 년의 자생야생차 군락지다. 자생야생차나무는 지상의 차나무 높이보다 2-3배 길게 뿌리가 지하로 수직으로 뻗는다. 야생차 뿌리를 건드리며 지하를 흘러나온 물줄기를 나무 홈통으로 받아, 네 개의 돌확을 배열하고 대나무 홈통으로 잇대어 물을 흐르게 하였다. 이는 차가운 지하 음기의 물을, 네개의 돌확을 거치며 햇볕에 달구어진 돌확의 양기로 물을 중화시켜 최고의 물맛을 내게 함이다.
半農半禪 茶禪一味가 선가의 기풍이다. 네모진 돌확, 거친 둥근 돌확과 다듬어진 둥근 돌확이 갖는 의미는, 禪修行을 통하여 네모지고 거친 마음을 둥글게 다듬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 것이기도 하다.
一株無影樹
移就火中載
不假三春雨
紅花爛漫開
그림자 없는 나무 한 그루
불구덩이 속에 옮겨 심으니
일부러 봄비를 맞지 않아도
붉은 꽃무더기 활짝 피었네
- 逍遙太能 선사
달마전 부엌에는 일창이기(一槍 二旗)의 찻잎을 덖는 가마솥이 걸려 있고, 옆에는 차를 달이는 다로(茶爐)가 있다.
다로 위에는 찻주전자가 줄에 매달려 있는데, 이는 방선(放禪) 시 부엌 샛문을 열고 찻주전자를 당겨 올려 차를 마시기 위한 방편이라 한다.
一椀茶出一片心
一片心在一椀茶
當用一椀茶一嘗
一嘗應生無量樂
한 잔의 차에 한 조각 마음이 나오나니
한 마음은 오로지 한 잔의 차에 있네
그러기에 한 번 맛 드린 한 잔의 차는
한 번으로 인하여 한량없는 즐거움이 생기네
- 涵虛得通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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