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풍경(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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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청량사 - 박태강 깍아지런 눈섭길 돌고돌아 기암절벽으로 둘러선 병풍바위 언덕에 자리한 청량사 좁은 계곡 외로운 곳 부처님 계신절 사방이 산으로 막혀 적막이 감도는 청량사 등산객이 절을 지나 병풍석 사이로 오르 내리고 절벽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뛰어 넘어도 될 청량산 숲이 욱어 산새들의 놀이터 시원한 바람소리 사시사철 살아 숨쉬는 수도하기 좋은 명당중의 명당 청량사 도량에 풍경소리 땡땡땡 옛부터 도량높은 스님들의 깨달음의 명소 이곳이 경치좋은 청량사 라오.
2010.11.27 -
퇴계 오솔길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2010.11.24 -
秋色
깊은 가을에 원성스님 색 바랜 이끼는 돌계단 모퉁이에서 숨을 거두고 뻐꾸기는 둥지에서 떠난지 오래됐다. 스치는 바람은 제법 차가운데 노랗게 말라 버린 풀 향기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푸른을 떠나보낸 들녘은 초연히 가을을 탓하지 않고 빈 하늘의 하얀 조각달은 시간도 잊었나 보다. 세상을 이별하는 이들을 위해 나무들은 하늘에 닿아 천상에 다리를 놓고 낙엽들은 땅 위에 노을진 길을 드리웠다. 소리없이 들려주는 님의 의미는 보이지 않게 다녀간 님의 흔적은 결국 비어진 내 마음에 무엇으로 남는가. 세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들만 연상시키고...
2010.11.14 -
홍련암과 의상대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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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골 추경(2)
단 풍 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2010.11.04 -
미천골 추경(1)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 상 국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20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