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2010. 2. 4. 10:21시 모음/시

장산리 느티나무

 

 

나 무

류 시 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의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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