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억4천만년 태고의 신비 우포늪을 찾다.

2009. 11. 15. 17:59도보여행기/천년고도 경주에서 불뫼 창녕까지

 (5) 1억 4천만 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2009.11. 5. 목요일  흐린 후 맑음

 

창녕이 낙동강을 끼고 발달한 평야지대이면서 동쪽의 화왕산 일대를 제외하고는 낙동강의 저습지인 특성이 강하다.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친다.'고 할 정도로 고래로부터 홍수 피해가 잦았다. 조선시대(朝鮮時代)에 쓰여진 <조선지지(朝鮮地誌)>에는 “하늘에 백두산 천지(天池)가 있다면,  땅에는 경남 창녕에 우포(牛浦) 늪이 있다” 고 기록돼 있다. 그 옛날 우포늪이 얼마나 장대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 조상들은 백두산 천지를 신성시해 왔듯이, 우포늪도 외경심으로 바라보았고 사람들이 근접할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여겼던 것이다..

"우포늪은 자연이 만든 녹색의 물융단'

"생태계의 자궁"

"낮게 머물면서 온갖 생명체를 키우는 가장 순결한 땅"으로 묘사하고 있다. 

토평천은 창녕군 화왕산에서 발원하여, 서쪽을 향해 흐르다가 유어면 대대리에서 우포로 흘러 들어와서 성산리와 가항리 사이로 빠져나가 낙동강과 합류한다. 생명의 오작교인 토평천은 낙동강과 우포늪을 연결하는 거대한 통로이다. 토평천 주변 곳곳에는 갈대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우포늪의 생성

우포늪의 생성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억 4천만 년 전 공룡들이 이 땅을 누비던 때, 낙동강 일대에 큰 지형변화가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낙동강의 물이 범람하자 이때 실려 온 모래와 흙이 지금의 토평천 입구를 막게 되고, 이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서 커다란 호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수가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우포늪이 되었다. 우포늪 주변을 이루고 있는 퇴적암층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빗방울 무늬 화석, 곤충 화석이 발견되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지게 되었다.

 

우포늪 개관 

늪의 모습을 자연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이곳 우포늪이 유일하다 .

우포늪의 규모는 70여 만평으로 우포(서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 4개의 늪지가 연이어 분포하고 있으며 그 속에 350여 종의 희귀 동식물이 산다. 자연생태계를 알아볼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인 셈이다. 우포는 자연관찰 코스가 아주 잘 꾸며져 있다.

작은 쪽배를 타고 늪을 다니면서 수상생태를 살펴볼 수도 있고 늪 주변의 모습을 걸어 다니면서 볼 수 도 있다.

우포늪이 가장 활기를 띄는 때는 단연 여름이다. 

물풀들이 늪지를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메워서 마치 멀리서 보면 거대한 잔디밭을 보는 듯하다. 

물빛조차 보이지 않는 수초 사이를 헤집고 장대를 밀며 나가는 쪽배가 한 폭의 그림이라 할만하다. 

또한 우포는 이른 아침에는 거의 매일 물안개가 피어 장관을 이루고 밤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전원풍경을 보여준다.

 

서생동식물

식물류 : 가시연꽃, 생이가래, 부들, 줄, 갈대, 골풀 등 480 여종

조류 : 논병아리,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큰고니, 청둥오리 등 160여 종

어류 : 뱀장어, 피라미, 잉어, 붕어, 메기, 가물치 등 28종

수서곤충류 :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벌레, 소금쟁이 등 55종

포유류 :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등 12종

파충류 : 남생이, 자라, 줄장지뱀, 유혈목이 등 7종

양서류 :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5종

패류 : 논우렁이, 물달팽이, 말조개 등 5종

 

우포팔경 

우포는 자연경관에서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볼거리들 중에서 골라 우포팔경으로 부르는데,

첫 번째가 장재마을 앞에 있는 왕버들 군락과 그 그림자가 늪에 비친 모습이고,

두 번째가 여름밤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들의 야간비행이다.

세 번째는 물풀이 온늪지를 가득 메우는 한여름의 우포경관이고,

네 번째는 국내 식물 중 잎이 가장 크며 우포를 더욱 신비롭게 하는 가시연이고,

다섯째가 늪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 무렵 지는 해를 향해 날아오르는 기러기들의 비상이고,

여섯째가 겨울에 찾아드는 백조들의 비무이고

일곱째가 수초를 헤집고 다니는 장대나룻배의 모습이고

마지막 8 경이 늪속에 가득 내려앉은 밤하늘의 별자리 라 한다.

 

명칭의 유래

우포늪에는 우항산(牛項山)이라는 산이 있다. 

이 산의 모양이 마치 소가 늪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우항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예부터 늪 주변에 소를 풀어놓고 풀을 뜯게 해서 이곳을 소벌이라 부르게 되었다.
목포(나무벌)는 비가 많이 오면 주변의 나무들이 많이 떠내려 오던 곳이라서,

사지포(모래벌)는 모래가 많아서, 쪽지벌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해서 각각 붙여진 이름이다.

 

우항산 소의 목 부분에 해당되는 소목마을에서 자고 새벽 5:55분 카메라만 들고 우포늪 생태 탐방을 위해 집을 나선다.

구름이 많이 끼어 있다.

우포 민박집에서 일러준 길을 따라 우항산 언덕길을 넘어 좌측 길로 접어든다. 

야트막한 산기슭 갈대숲길을 따라 30여분 걸어가니 목포제방이 나온다.

목포제방을 지나 좌측으로 한참 내려가면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쇠줄이 쳐진 곳이 보인다.

승용차가 두대 주차해 있다..

놓인 바위돌을 밟고 습지로 들어간다.

이리저리  풀 숲을 헤치며 길 아닌 길을 따라 우포늪 가까이로 접근한다.

넓은 우포가 보이고, 멀리 보이는 화왕산 뒤로 떠 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장소가 나온다.

일몰은 반대편 사지포 제방에서 보면 좋다.

 

 

 

 

구름이 끼어 일출이 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나무벌(목포)을 한 바퀴 돌아 장재마을을 거쳐 민박집으로 가 아침 식사를 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목포제방을 지나니 늪이 붉게 물들여지고 있다.

 

  

 

 

 

늪속에는 거꾸로 된 또 하나의 투영된 세상이 보인다.

왕버들, 하얀 구름, 그리고 산, 붉은 해등이 환상적이다.

 

늪 개펄 위에 붉은 해가 반영되었다

 

 

늪 개펄 위에 붉은 해가 반영되어 긴 꼬리를 끌며 빛나고 있다. 

자동차들이 가끔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곤 한다.

노동마을을 지난다.

장재마을로 가는 작은 구름다리를 건넌다.

 

 

 

왕버들 군락지가 나온다 

30년 이상된 왕버들 군락지는 이곳을 찾는 철새와 텃새들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왕버들 군락지

 

쪽배가 보인다 .

 

 

 

 

 

 

                          

 

 

목포 장재마을 앞에는 왕버들 군락지가 있고, 우포뚝과 주매리 근처에는 내버들이 자라고 있다.

내버들은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 오염된 물을 맑게 하고 여름 철새들과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 준다.

왕버들은 키가 크고 밑동이 큰 반면 내버들은 뿌리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뻗어 나온다.

                                              

장재마을

 

 

 

     

 

장재마을을 지난다.  

푸른 우포사람들. 우포자연학습원 앞을 지나 우포민박에 도착하니 08 :15분이다.

아침 식사를 하며, 우포민박집주인 노기열 씨에게서 많은 우포늪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건네준 책자를 읽는다.

8세 때부터 60년을 소목마을에서 살아오셨다 한다.

어제저녁 늦게 마을길을 친절히 같이 걸으며 길 안내까지 해 주셨다.

지금 이 철에는 고기잡이를 하지 않아, 장대를 밀고 가는 쪽배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굳이 보고 싶다면 배를 타고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다고 한다. 

5월 중순경에 오면 야생화가 피어 있는 녹색의 가장 아름다운 우포늪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포늪 이곳저곳을 소상히 설명해 주신다.

사진 촬영하며 자세히 둘러보려면 적어도 3일이 걸린다고 한다.

친절하신 우포민박 주인 부부께 감사드린다.

 

 

우포 사람들   

            배 한 봉

사람들은
늪과 함께 하루를 연다
물안개 자욱한 새벽 
쪽배를 타고
마름과 생이가래, 개구리밥이 만든 초록의 비단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 고기를 잡고
늪 바닥이나 수초 줄기에 붙은
고동을 건져 올린다
그들에게 늪은
모든 것을 내주고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아침이 오고, 사방 곳곳 
타악 탁, 탁 습지식물들의 씨방 터지는 소리
장대로 배를 밀며 귀가하는
등 뒤, 은전처럼 빛나는 햇살더미가
삶의 무게 터트려주는 것이다
기우뚱, 한쪽으로 기운
낡은 쪽배의 
저 중심
늪은, 우포 사람들의 일생을 안다

우포늪 왁새  

배 한 봉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 울음 되어 우항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동안 그가 찾아 헤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 왁새는 왜가리의 별명       

 

        

우포늪의 사계

"우포늪의 봄은 수양버들과 내버들로부터 온다. 

잎이 나기 전에 이들의 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봄의 전령 복수초와 풍년화, 산수유가 꽃을 피운다. 자운영도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물 위에서는 앙증맞은 노랑어리연이 고개를 들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소금쟁이와 장구벌레, 물방개등 수많은 곤충들도 봄을 맞이하는 춤을 춘다.

이때쯤이면 까치를 비롯한 텃새들이 둥지 짓기가 한창이다.

다가올 여름에 번식해 새끼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사철 발 벗은 아낙네들이 늪에 들어가 논우렁이를 건져 올리는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도 생태계의 일원임을 잘 보여준다. 훌쩍 자란 부들과 창포, 올방개, 갈대가, 그리고 수면을 초록 융단으로 뒤덮는 가시연꽃(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강렬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 밖에도 생이가래, 마름, 순채, 노랑어리연꽃, 자라풀, 개구리밥등 수많은 물풀이 여름 우포늪을 뒤덮어 늪은 더욱 신비스러워진다.  그 잎 사이로 쇠물닭이 태연히 헤엄쳐 다닌다.

가을날 이른 아침 수묵화처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늪을 보고 있노라면 이 땅의 태곳적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가슴 한편을 애는 듯한 비감마저 들게 한다. 초록빛 융단이 가을볕에 익어가고, 풀벌레 소리에 가을이 깊어지면 밤에는 늦반딧불이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겨울의 우포늪은 철새들의 천국이다. 가을빛으로 물들었던 풀들이 겨울바람에 걷히고 나면 그 자리를 철새들이 차지한다.

노을이 드리운 저녁 하늘을 나는 가창오리 떼의 군무, 청둥오리, 큰 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원앙등 철새들의 먹이 찾기와 휴식은 보는 이의 시심을 자극한다."  

 

 배낭을 메고 민박집을 나선다.

소목제방을 건너 우포늪 둘레를 돌아 사지포제방으로 갔다가 사지마을로 가서 창녕 가는 버스를 타는 여정이 남아 있다.

소목제방 길을 향하여 걸어간다.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니 눈이 부시다.

고가잡이 하는 쪽배가 떠 있는 소목나루터로 내려간다.

 

고가잡이 하는 쪽배

 

 

 

아침 태양에 갈대가 빛나고 있다

 

 

눈부신 태양 속  쪽배가 떠 있는 우포늪이 신비롭게 보인다.

 

 

 

 

소목제방 위를 걸어간다.

소목제방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사지포제방을 향하여 우포늪 둘레길을 걷는다.

이곳은 제일 훌륭한 늪지대다.

철새들의 보금자리다.

이곳에는 발자국 소리가 날적마다 늪속의 새들이 "후루룩"하고 무리 지어 날아올라 사라진다.

 

 

 

 

 

 

 

 

 

 

 

 

 

최고의 늪지대

갈대숲을 헤쳐가며 걸어간다.

밭도 지난다.

여기저기 늪지대에서 철새들이 날아오른다.

 

 

 

 

 

 

 

드디어 사지포 수로 시설물이 보인다.

시설물 옆 둔덕을 올라서니 사지포 제방이다.

 

 

 

 

 

 

 

사지포제방에 서서,

새들이 '후루룩' 날아올라가버린,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파란 하늘을  무심히 바라본다.

......

다시 올 것을 기약해 본다.

1억 4천만 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답사는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사지마을버스정류소에서 차를 기다린다.

경주에서 시작한 답사여행이 오늘 우포늪에서 이렇게 끝난다.

 

우포에 가면 

이 광 석

 

우포에는 늪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땅에 잘못 내려놓은 말씀과 행위들이

화해의 이름으로 먼저 와 있습니다.

4계절 '우우'맑은 휘파람을 부는 갈대숲

가오리연 같은 철새들의 저공비행 각시붕어, 개구리, 논고동, 송사리들이

쳐 대는 삐삐 소리도 들리고

어릴 적 외할머니 논두렁길 낯익은 추억 따라가듯

우포 찾아가는 날은 소풍 가는 기분입니다.

사람과 늪, 새와 갈대들이 개펄에 주저앉은 듯

서로 보듬고 빠지는 '푸른 우포사람들'의 마음

태고의 신비가 시방도 알몸으로 누워 있습니다.

밝아진 별들도 내려와 민박을 하고 갑니다.

별들이 지불하고 간 새벽이슬도 좋은 모이가 됩니다.

우포에 가면 그리움이 보입니다.

우포에 가면 아직은 희망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