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1. 23:55ㆍ좋은 글/좋은 글
여행 어록
[1]지식을 얻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그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행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가 알고 싶은 대상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서는 여행에 의하여 배우는 것이 독서에 의한 것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독서를 할 경우에는 저자에 의하여 그 정신을 이끌려가지만, 여행을 할때에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J.J.루소/에밀》
[2]여행은 인간을 겸허하게 합니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 얼마나 하찮은가를 두고두고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G.플로베르/서간집 書簡集》
[3]여행은 많은 이익을 준다. 그것은 신선한 마음, 놀라운 일에 대한 견문, 새로운 도시를 보는 기쁨, 모르는 친구와 만나는 것, 그리고 고결한 예법의 습득이다. 사디/장미원 薔薇園》
[4]여행이라는 말에는 아직도 어떤 뜻이 남아 있었던가? 자유, 이해를 넘어선 태도, 모험, 충실한 삶……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가져 볼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 그리고 마치 카톨릭의 청년이 여성을 꿈에 그리듯이 오직 몽상을 통해서만 소유할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 《P.니장/아덴 아라비아》
[5]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오늘이라도 출발할 수 있지만 남과 함께 떠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H.D.소로/월든》
[6]남자는 여행하다가 곤란에 부딪치면 돈주머니 속을 들여다보고 여자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M.턴불/왼편의 숙녀(淑女)》
[7]여행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공포다. 우리의 나라와 언어를 그처럼 멀리 둔 어느 순간에는――그러할 때 프랑스 신문 한 장은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것이 된다. 그리고 카페에서 팔꿈치로 낯모르는 사람들을 건드려 보고 싶어지는 저녁의 그 무렵――막연한 공포심이 우리를 사로잡으며, 구습에 안도해 보았으면 하는 어떤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이러한 것은 여행의 가장 확실한 수확이다. 이 때 우리는 열에 들뜨지만 그 대신 기공(氣孔)이 많아진다. 아주 작은 충격으로도 우리 존재 밑바닥까지 동요를 일으킨다. 빛은 폭포처럼 쏟아져 합류하게 된다. 영원은 그 곳에 있으니, 여행은 쾌락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여행하는 데에 쾌락이란 있을 수 없다. 나는 오히려 일종의 고행을 볼 것이다. 교양의 뜻이 영원을 의미하는 가장 본질적인 우리의 지각의 훈련이라면 여행은 자기의 교양을 높이기 위하여 하는 것이다. 마치 파스칼이 말하는 심기전환이 우리를 신에게서 멀리 해 놓는 것처럼, 쾌락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격리시켜 놓는다. 무엇보다도 위대하고 엄격한 학문과도 같은 여행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로 이끌어 간다. 《A.카뮈/비망록 備忘錄》
[8]여행의 진수(眞髓)는 자유에 있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에 있다. 우리가 여행하는 주된 이유는 모든 장애와 불편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다. 자신을 뒤에 남겨 두고, 딴사람들을 떼어 버리기 위해서이다. 《W.해즐릿/여행(旅行) 길》
[9]도보여행은 홀로 가야 한다. 자유가 이 여행의 진수(眞髓)이기 때문이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가고 싶을 때 가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이 길 저 길로 갈 수 있고, 제 속도를 지켜야지 도보선수를 따라가서도 안 되고, 소녀와 발 맞추느라 잔걸음으로 걸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서 밖으로부터의 인상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고, 시각에 비친 풍물을 사색으로 윤색(潤色)해야 한다.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와도 소리를 내는 풍금(風琴)――당신은 바로 그런 풍금이 되어야 한다. 《R.L.스티븐슨/도보여행 徒步旅行》
[10]여행의 참된 벗은 경치를 찾아서가 아니라 즐거운 기분――아침 출발할 때의 희망과 의욕, 저녁의 휴식할 때의 평화와 정신적 충만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다. 《R.L.스티븐슨/도보여행 徒步旅行》
[11]참된 여행자에게는 항상 방랑하는 즐거움, 모험심과 탐험에 대한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여행한다는 것은 방랑한다는 뜻이고, 방랑이 아닌 것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본질은 의무도 없고, 일정한 시간도 없고, 소식도 전하지 않고, 호기심 많은 이웃도 없고, 환영회도 없고, 이렇다 할 목적지도 없는 나그네 길인 것이다. 좋은 나그네는 자기가 이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모르는 법이고,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행자는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자기의 성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린 위탕 林語堂》
[12]세상에서 유람의 즐거움을 다하는 자는 반드시 그윽하고 깊은 산수를 찾거나 아니면 광막한 원야를 걷는다. 그래서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근육을 수고롭게 한 뒤에야 즐거움을 얻는다. 《정도전 鄭道傳/삼봉집 三峯集》
[13]지금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먼저 그 길이 나 있는 곳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니, 그런 뒤에야 출발할 곳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문을 나서서 가는데, 진실로 앞길이 아득히 멀어서 어떻게 갈까 하고 생각되면 반드시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김정희 金正喜/인재설 人才說》
[14]다시 말하면 여행이란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고 사무(事務)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내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정(旅情)을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육사 李陸史/산사기 山寺記》
[15]나는 고독할 때 여행을 즐긴다. 여행을 즐긴다는 것은 여행 자체가 고독이기 때문이다. 《김성식 金成植/레버리》
[16]여럿이 몰려다니는 여행에는 반드시 스케줄이라는 것이 있어서 모든 행동이 그에 구속받게 되지만 혼자 다니는 여행에는 그런 구속이 필요치 아니하다. 《정비석 鄭飛石/산중독행 山中獨行》
[17]여행량(旅行量)은 인생량(人生量)이다. 《오소백 吳蘇白/단상 斷想》
[18]말하자면 여행의 목적은 여행 그 자체에 있는 것이요, 여행이 즐거운 것은 그것이 여행이기 때문에 그렇다. 《천이두 千二斗/여행 旅行》
[19]여정(旅情)은 연정과 비슷하다. 그날 그날의 생활을 인생의 사업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인생의 즐거운 예술이다.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도 취하는 것이요, 아름다움에도 취하여 생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생활이 인생의 산문이라면, 여행은 분명히 인생의 시(詩)다. 여행의 진미는 인생의 무거운 의무에서 잠시 해방되는 자유의 기쁨에 있다. 여행은 우선 떠나고 보아야 한다. 행운유수(行雲流水)가 곧 여행의 정신이다. 《안병욱 安秉煜/사색(思索)의 노트》
[20]나는 여행이랄까 방랑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것도 나는 모른다. 다만 풀 길 없는 청춘의 조급증과 핏줄 안에 설레는 광증(狂症)이 가라앉은 것만이 확실했다. 또한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장엄한 울림, 그 파도 소리와 또한 쓰러지고 일어나는 것의 너무나 엄청난 세계를 나대로 체험한 것이다. 《박목월 朴木月/춘일로방정 春日路傍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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