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 16:51ㆍ좋은 글/좋은 글
오동나무와 매화처럼
< 박금리 에세이 >
언젠가 가까운 지인에게서 전해 들은 말 중에 퍽 감동에 젖었던 말이 있습니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이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으며 항상 곡조를 품고,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면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조있는 삶과 일관된 삶을 살라는 옛 선현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는 시구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옛 선현의 말씀처럼 살기가 녹록치는 않겠지만,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깊은 갈망으로 남아 있는 이상적 삶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가 지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보면 ‘신성한 성실성만이 생활을 영원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동(西東)시집”에서도 괴테는 ‘삶의 기쁨은 큰 것이다. 자각있는 삶의 기쁨은 더 크다.’ 라고 말합니다. 그저 단순히 먹고 자고 마시는 삶이 무의미함을 깨우쳐주는 말입니다.
인생을 살며 최선을 다할 생각이 있다면 우선은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안주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인생의 바른 길이 보이지 않고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기 어려울 때는 옛 선현이나 명인의 말씀을 따라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명인과 함께 바른 인생을 찾아 헤매는 것은 얻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천년을 늙으며 항시 같은 바람소리를 실어보내는 오동나무와, 살을 에는 혹한을 견디면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의 인생살이는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이런 좋은 말을 건네준 나의 지인과 옛 명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뜰 앞의 좌우편에 오동나무 한 그루와 매화 한 그루를 심어야겠습니다.
삶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보호해주는 내 인생의 좌청룡 우백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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