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수련의 비밀은?

2009. 3. 3. 10:24좋은 글/좋은 글

  연꽃과 수련의 비밀은?
 글 쓴 이 : 오마이뉴스   




연꽃과 수련의 비밀은?

보는 만큼 보이는데 왜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텍스트만보기   김현자(ananhj) 기자   
ⓒ 진선출판사
"발굴 된 지 3개월만에 싹을 띄워 꽃을 피운 옅은 홍자색의 이 연꽃은, 씨앗의 상태로 수백 년이나 잠자고 있었다고 한다. 이탄층(泥炭層:연대가 오래지 않아 탄화작용이 충분히 되지 못한 석탄층의 일종)에 씨앗이 묻혀 있었기 때문에 보존이 좋았다고 한다." - 와시타니 이즈미 <씨앗은 어디에서 왔을까?>(진선)

▲ 싹을 틔우는 연꽃열매
ⓒ 진선출판사
연꽃 열매(씨앗)는 싹틔울 조건이 맞지 않으면 수 백 년 동안 잠자는 듯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비로소 싹을 틔우기도 한다고. 때문에 연꽃의 열매를 '잠자는 씨앗'이라고도 부르는데 연꽃 씨앗이 오랫동안 때를 기다릴 수 있는 그 신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때를 기다리는 연꽃 열매. 심지어는 수천 년이나 지난 열매가 싹을 틔우기도 한단다. 1951년 일본에서는 2000~3000년 전에 여물었을 것으로 보이는 연꽃열매 3개를 심었더니 3년만에 꽃을 피웠다던가!

저마다 싹틔울 때를 알아차리는, 식물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씨앗의 세계는 늘 궁금하다. 수천 년 세월, 잠자코 있다가 싹을 틔울 때를 알아차리는 연꽃씨앗의 속마음은 더더욱 궁금하다.

얼마 전까지 연꽃과 수련이 같다고 생각했다. 수련도 연꽃의 한 종류려니, 홍련이나 백련, 어리연과 가시연꽃처럼 모양새나 특징대로 불러주는 이름이려니. 그러나 수련은 연꽃과는 전혀 다른, 연꽃과 수련은 교배가 되지 않는 전혀 다른 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수련이란 이름에는 '잠자는 꽃(잠잘 睡)'이란 뜻이 들어 있다. 수련은 밤이면 꽃잎을 모두 닫아버리고 흐린 날에도 꽃을 닫아버린다. 연꽃과 수련은 어떻게 다를까?

수천 년 동안 잠을 자며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씨앗

▲ 연꽃은 암술, 암술대가 발달하였다.
ⓒ 임윤수
▲ 수련은 암술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 김현자
한여름에 꽃을 피운 연꽃의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는 때는 이즈음 9월이다. 생태습성이 비슷하여 연꽃이 피어 있는 곳에 많이 피어 있는 수련이 열매를 맺는 시기는 9월과 10월. 연꽃보다 꽃피는 시기도 빠르고 길다.(연꽃은 7~8월, 수련은 6~8월)

아직도 피어 있는 수련이 보인다. 얼마 후면 수련열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수련은 대부분 원예품종이어서 열매를 거의 맺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남부지역에서 많이 자생했던 수련이었으니 남부지역에서는 그래도 수련열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연꽃은 암술도, 암술대도 눈에 띄도록 발달한 것 같은데 수련은 암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풍성하게 보이는 노란 꽃술들은 수술로 대략 40여개쯤이다.

암술대가 눈에 유독 띄는 연꽃은 독특한 방식의 열매를 맺는다. 암술대 그대로, 벌집 같은 구멍에 씨앗 하나씩 꼭꼭 박히며 맺는다. 그런데 이렇게 맺은 씨앗이 암술대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어떤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수천 년 동안 생명을 품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씨앗은 신비롭기만 하다.

연꽃의 열매는 약으로 쓰고, 연근이나 연잎은 식용으로 쓰기 때문에 요즘 연꽃을 재배하는 곳이 늘었다. 덕분에 연꽃을 귀하지 않게 접할 수 있어서 눈이 즐겁다. 수련의 꽃은 많이 피는 여름에 따두었다가 약으로 쓰고 연꽃잎은 차로 마신다.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수련 잎의 비밀은 공기를 머금는 구멍이 있기 때문

▲ 물위로 올라온 줄기끝에 달린 연꽃의 잎. 물속이 들여다 보일만큼 얕은 물에 자란다.
ⓒ 김현자
▲ 물속에서 줄기가 자라나와 물표면위에 달린 수련의 잎
ⓒ 김현자
▲ 수련의 잎이 물위에 뜰 수 있는 비밀은?
ⓒ 김현자
연꽃과 수련의 다른 점은 잎에 있다. 연꽃의 잎은 물 위로 한참이나 쑥 올라와 있고 수련의 잎은 물 위에 둥둥 뜬다. 연꽃도 허공중에 쑥 올라가 피고 수련은 잎과 함께 물 위에 둥둥 뜨면서 핀다.

수련 잎이 물 위에 동동 뜰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줄기와 잎에 공기를 머금는 구멍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련잎은 접시처럼 둥글게 생겼지만 조금씩 갈라졌는데 어떤 잎은 갈라진 부분이 마치 삼각케이크 같다. 연잎은 약간 까슬까슬, 수련잎은 반질반질하다.

연잎은 비올 때 우산으로 써도 될 만큼 크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여름노래' 편에 보면 "연잎에 밥싸두고 반찬을랑 장만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러고 보니 밥이나 반찬을 싸두기에 좋았겠다. 하기야 요즘에는 연잎에 싸서 찐 밥이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잎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토란잎을 생각나게 한다. 골목에서 놀다가 소나기를 만나면 바로 코앞에 집이 보이는데도 토란잎을 꺾어들고 우산삼아 쓰고 놀았다. 토란잎을 꺾으면서 나온 진에 녹물처럼 붉은 물이 옷에 들어 혼나고 꺾을 때 손등에 묻은 토란 진 때문에 박박 긁어대면서도 그때는 그렇게 노는 것이 좋았었다.

그리고 맑은 날에는 토란잎에 침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누가 오래오래 굴리나 내기를 하면서 놀기도 했다. 연잎도 토란잎처럼 물방울을 동글동글, 구슬처럼 또르르 굴려준다.

연꽃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즐겨 심었지만 원산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이라는 말도 있고 이집트나 인도라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는 불교와 함께 전해지지 않았을까?

수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물풀이다. 일본,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분포지역도 넓고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원예품종도 많다. 종류도 수백 종, 꽃 색깔도 무척 다양. 열대지역이 원산지라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못하는 품종도 많다고 한다.

얼마 전, 수련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작은 벌 한 마리가 수련꽃술 속을 집요하게 헤집고 있었다. 문득 수련열매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전혀 생각나지 않는 수련열매였다. 벌이 저렇게 집요하게 수정을 돕는데 같은 연꽃이라면 왜 열매를 맺지 않을까?

수련열매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렇게 시작한 수련열매 찾기. 아무리 찾아보아도 수련의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연꽃의 종류로만 알고 있던 수련이 다른 꽃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둘이 분명하게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무척 좋아해 온 연꽃과 수련. 그런데 왜 한 번도 두 꽃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그동안 왜 꽃필 때만 매혹당하고 감탄하고 말았지? 보려고 하는 만큼 얼마든지 보이는데 말이야.

▲ 용담과에 속하는 어리연꽃의 잎은 연꽃과 수련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 김현자

▲ 연꽃일까?수련일까?잎의 느낌이 실크같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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