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2009. 8. 22. 20:20좋은 글/좋은 글

 

장산마을 느티나무

 

  

나무처럼

법정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는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박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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