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조경철천문대 밤하늘

2025. 3. 25. 20:17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조 병 화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난 행복했다

 

네 어둠을 비칠 수 있는 말이 탄생하여

그게 시의 개울이 되어 흘러내릴 때

난 행복했다

 

생각하다가 네 말이 될 수 있는

그 말과 만나

그게 가득히 꽃이 되어 아름다운

시의 들판이 될 때

난 행복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너와 나의 하늘이

널 생각하는 말로 가득히 차서

그게 반짝이는 넓은 별밤이 될 때

난 행복했다

 

행복을 모르는 내가

그 행복을 네게서 발견하여

어린애처럼 널 부르는 그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기류(氣流) 가득히 네게 전달이 될 때

난 행복했다

 

아, 그와 같이 언제나

먼 네가 항상 내 곁에 있는 생각으로

그날그날 적적히 보낼 때

공허(空虛)처럼

난 행복했다

 

화천 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광덕산 해발 1,010m 지점)에 있다. 고도가 높아 사방이 트였고 광해가 적고 연간 관측일수가 130일 이상이어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조건이 알맞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의 대육각형(Winter Hexagen)이 동쪽 밤하늘에 떠 오르고 있다.

 

 

"어쩌면 나는 광대한 우주의 모래밭에서 한 줌도 되지 않는 모래를 손에  쥔 채 노니는 어린애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잠깐 반짝했다 스러지는 유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별빛을 쫓는 동안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곤 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속을 거닐다 보면 지상의 일은 까맣게 잊곤 했다."

<경향신문 칼럼에 조경철 박사가 남긴 글 중에서>

 

조경철천문대 위쪽에 위치한 광덕산 기상레이더관측소 밤하늘에 겨울의 대육각형(Winter Hexagon)이 밤하늘을 수 놓고 있다. 겨울의 대육각형을 이루는 6개의 별은 큰개자리 시리우스, 오리온자리 리겔, 황소자리 알데바란, 마차부자리 카펠라, 쌍둥이자리 폴룩스, 작은개자리 프로키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