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은하수와 함께한 밤

2024. 12. 18. 14:55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1,670m) 북천일주(北天一周) 별 궤적(軌跡)

 

 

별, 은하수와 함께한 지리산 장터목의 밤하늘

 

자정 무렵 한밤중 침상에서 일어나 밤하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대피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니,

어제저녁부터 거세게 불던 바람은 자취 없이 사라졌다.

밤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다. 밤의 향기가 밀려온다.

대피소 뒤편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 서서 눈을 들어 바라보니, 불빛이 닿지 않는 까만 밤하늘에는 주먹만 한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겨울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별자리를 만드는 6개의 일등별이 와하며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대피소 앞마당에서 대피소 뒤편 불빛 하나 없는 북쪽 까만 하늘을 바라보니, 북극성(Polaris)을 중심으로 왼쪽 위 북두칠성, 오른쪽 아래 카시오페이아 등 수많은 주극성(主極星)이 명멸하며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새벽 0시 30분경 장터목 너른 공터에 서서 남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중산리 마을과 도시의 불빛을 운무(雲霧)가 피어 올라 가리고 있어 노란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다.

은하수 아치 아래로 찻주전자 모양의 궁수자리가 막 떠오르고 있다. 그 오른편으로 S자 모양의 전갈자리 그리고 그 중앙에 전갈의 붉은 심장 안타레스(Antares) 주황색 별이 보인다.

눈앞 정면으로 우리 은하의 중심부가 있고 암흑의 강 위에 흰 구체 목성이 휘황하게 빛나고, 찻주전자 모양의 궁수자리 왼편으로 노란색 구체 토성이 보이고, 북쪽 왕관자리, 여름철 대삼각형이 보인다. 제석봉까지 은하수가 거대한 아치(arch)를 그리고 있다.

이 장엄함 광경을 바라보니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오! Milky Way!

138억 년 우주의 역사가 아득히 펼쳐져 있다.

총총한 별들이 가득한 우주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광막한 우주 공간 속에서 우주의 숨소리를 들으며 끝없는 유영을 한다.

 

제석봉 까만 하늘에 별똥별 하나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

                                       < 2019.5.7. 별과 은하수와 함께한 감동의 그 장터목 밤하늘을 그리며 >    

 

 

별똥별

최 대 희

 

밤하늘에

빛났던 얼굴 하나

 

깜박, 어디로 갔나

 

내 마음속

밑줄 긋고 사라진

사랑 하나

 

지리산 장터목 밤하늘에 떠오른 장엄한 은하수 - 사진 중앙의 흰 구체는 목성(Jupiter)이고, 그 오른쪽 주황색 별은 전갈자리(Scorpius) 알파별 안타레스(Antares)이다. 은하수 건너 왼쪽 횐 구체는 토성(Saturn)이며, 지리산 장터목 아래 도시의 광해(光害)를 운무(雲霧)가 피어 올라 가리며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무에 영롱한 별꽃이 피었다.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주 용 일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다

 

그대에게 닿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한 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신공양 제 몸에 불 질러

한사코 빛 뿌리고 있는 것이다

 

별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것은

제 몸 다 사르고 남은 외로움이

둥글고 환한 사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데굴데굴 굴러가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세월 속에서 단단하게 뭉쳤기 때문이다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

별은 제 외로움 끝나는 날까지

제 몸 사르는 일 그만둘 수가 없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는 것은

수수천년,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야 할 그대와의 거리가

아직도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와 잎새 사이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