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연화봉 소백산천문대

2024. 4. 2. 16:27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소백산 연화봉 진달래꽃 너머 중앙으로 소백산천문대가 보인다
황혼 무렵의 연화봉 진달래꽃과 소백산천문대- 천문대 좌측 위 제2연화봉의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도 보인다

 

하늘은 장엄한 억제의 힘으로 위대하다.

한 없는 저장 공간, 방대한 세계

가서 모습을 보기에는 너무도 멀고

등 돌려 떠나기엔 너무나 가깝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밤에 드리는 시'>

 

황혼이 물러가고 어둠이 내리면서 밤하늘에 하나 둘 별들이 돋아나더니, 한순간에 일제히 총총히 빛난다
소백산천문대 뜰 안에서 바라보이는 은하수 - 은하수 중심 우측 흰 구체는 목성이다
소백산천문대 돔 위의 은하수와 여름철 삼각형

 

우주의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화한다

 별들은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다만 별들의 생명 주기는 인간의 수명처럼 100여 년 단위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100만 년 단위로, 나아가서는 수십억 년 단위로 측정된다. 그래서 태양은 생명 주기의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46억 년 전에 태어나, 약 50억 년이라는 시간 뒤에 죽을 것이다. 이 기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어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래서 하늘이 영속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변화할 뿐만 아니라 움직이기도 한다. 우주의 모든 조직(행성, 별, 은하, 은하단)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우주의 발레를 춘다. 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밤의 풍경 속에서는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오직 고요함과 평온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나는 이처럼 무한한 평온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가 내게 함께 춤추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처음에 지구는 혼자 돌면서 초당 436미터의 자전 속도로 나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1년 동안 태양 주위를 돌면서 초당 30만 킬로미터의 공전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나를 데려간다. 한편 태양은 초당 220만 킬로미터로 우리은하의 중심을 돌면서 지구를 이끌고 간다. 우리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초당 9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를 포함한 전체("국부은하군"이라고 불리는)는 처녀자리 은하단과 물뱀자리나 켄타우르스자리 같은 국부거대은하단에서 가장 가까운 초은하단의 중력에 이끌려 초당 600킬로미터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쏜살같이 날아간다. 국부은하군 역시 수만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거대한 결합체("거대인력체"라고 불리는)를 향해 움직인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별과 은하 등 우주의 모든 조직은 중력의 영향으로 촉발된 우주의 팽창이라는 일반 운동에 덧붙여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적이고 변함없는 하늘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히 큰 것의 세계에서 모든 것은 비영속성과 변화, 변형에 불과하다.

  -<트린 주안 투안의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