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장터목 상공의 밤하늘

2023. 11. 18. 10:19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 한가운데 고요한 무지의 섬에 살고 있다.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ips Lovecraft)

 

불과 수 세기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한 최초의 관측자들은 맨눈으로 보이는 작은 별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후, 과학의 눈부신 진전으로 인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고,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탐험하면서 우주의 전체 구조와 그 기원과 진화를 지배하는 체계에 관해 매우 만족스러운 그림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우주를 모른다. 천문학자들은 전체 우주의 5%에 불과한 물리적 특성만을 이해했을 뿐, 남은 95%의 존재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유력한 용의자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의심하지만, 그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지 못했다. 그러면 이대로, 별빛 너머 사라진 95%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멈춰야 하는 걸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95%의 단서, 칠흑같이 깜깜한 밤하늘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아야 할 비밀이 너무도 많다.

<아메데오 발비(Amedeo Balbi)의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에서>

 

지리산 장터목대피소 깜깜한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뭇별

   

지리산 장터목 은하수 : 사진 중앙 위쪽의 흰 구체는 목성(Jupiter)이고, 그 오른쪽 주황색 별은 전갈자리(Scorpius) 알파별 안타레스(Antares)이다. 은하수 건너 왼쪽 횐 구체는 토성(Saturn)이며, 지리산 장터목 아래 중산마을을 비롯한 도시의 불빛을 가린 운무(雲霧)는 노랗게 물들었다.

 

지리산 제석봉 밤하늘 상공의 은하수와 뭇별 - 광해가 없는 칠흑같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찬란하게 명멸하고 있다.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세 개의 푸른 별 거문고자리 직녀(Vega), 독수리자리 견우(Altair), 백조자리 데네브(Deneb)가 은하수 속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장터목 밤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은하수

 

지리산 장터목의 북쪽 하늘- 사진 중앙 바로 오른쪽에 북극성(Polaris), 북극성 왼쪽으로 북두칠성(Big Dipper), 북극성 오른쪽 아래로 카시오페이아(Cassiopeia)가 보인다.

 

장터목 상공에 남중한 은하수

<사진 촬영:2019.5.7>

 

별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이 경 주

 

해 지고 나면 별 뜬다

그 낮별 하나 지고 나면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 꽃으로 피어난다

 

시리우스도

쌍둥이 자리도

오리온 대성운도

세상사람 유혹하듯

초롱초롱 피어난다

 

별밭을 바라보면

꽃이 아닌 별은 하나도 없다

별밭을 바라보면

별꽃에서는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