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20. 1. 5. 21:28시 모음/시

설악산 대청봉. 중청봉

 

1월

오 세 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설악 대청봉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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