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 해중릉, 석굴암 본존불 / 최순우

2019. 10. 9. 21:10시 모음/수필

경주 봉길리 어촌 앞 바다 대왕암이라 일컫는 큰 암초가 신라 문무대왕 해중릉이다. 아침햇살이 붉게 물들이는 물안개 피어 오르는 대왕암 주변을 무수한 갈매기들이 선회하고 있다

 

 

석굴암 본존불

 

경주 토함산 중턱에 자리 잡은 석굴암에서 앞을 바라보면 멀리 동해로 트인 양장구곡의 계곡을 따라 대종천이 흐르고 이 내가 바다로 이어지는 

월성 군 봉길리 어촌의 앞바다에 대왕암이라 일컫는 큰 암초가 솟아 있다.

이 암초의 중앙에 넓고 네 칸 정도의 방형으로 파 내려간 인공 못이 있고, 이 못 속에는 흡사 거북이나 전복의 등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뚜껑을

덮은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의 능이 맑고 푸른 물속에 신비롭게 안치되어 있다.

 삼국통일을 이룩한 성왕 문무대왕은 평화로운 신라를 항상 노략질하는 왜구를 저주한 나머지 "내가 죽으면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왜적을 

무찌르겠노라. 부디 나의 뼈를 동해 바다에 장사 지내 달라.'는 뜻의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신 애국심의 화신 같은 위인이었다.

 그분의 이러한 유언에 따라 온 세계에 그 예가 없는 신비로운 해중릉이 이루어진 것이다. 신라 사람들은 문무대왕의 이 지극한 뜻을 받들어 이 문무대왕릉을 중심으로 감은사, 석불사 같은 큰 절들을 세워서 호국용으로 화한 문무대왕의 힘과 불법의 힘을 빌려 항상 바다로 침노해 오는 왜적들을 물리치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 석굴암은 바로 그러한 신라 사람들의 염원이 스며 있는 국가적인 절이었으므로 이 절과 불상 조각에 나타난 신라 예술가들의 정성은 너무나 간절한 기도 같은 것이었다. 이 석굴암 중앙에 자리 잡은 석가여래상의 숭엄한 눈길은 항상 멀리 동해 바다의 수평선 너머 먼 왜적의 나라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 수인은'촉지항마인'으로 적국을 항복시키려 한 신라인의 거족적인 소원이 여기에 뭉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대자대비하며 원만한 위장부(偉丈夫) 형의 얼굴은 신라인들이 이상하는 남성미의 꿈을 재현한 것이기도 하며, 이 여래상을 둘러싸고 세워진 제천(諸天), 제보살(諸菩薩)들의 아름다운 얼굴은 신라인들이 이상하는 여성미의 상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투철한 신라 사람들의 정신력을 기둥으로 해서 신라의 조각, 특히 이 석굴암 조각의 아름다움은 사색적인 한국인의 감각과 주위 환경에 알맞은 크기로 세계 어디에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은 제일급의 작품을 낳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한국미를 창조해 준 자랑스러운 샘터의 하나임이 틀림없다.

<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에서 >

 

 

대왕암이라 일컫는 문무대왕 해중릉

 

감포에서
제산 김 대 식

동해의 붉은 태양 힘차게 떠오르고
금빛 줄기 아침 햇살 바다에 비취는데
작은 섬 대왕암엔 파도마저 고요하네.

삼국통일 이루시고 죽어서도 용이 되어
우리 국토 지키마 던 문무대왕 그 높은 뜻
편한 산 마다시고 물결 위에 자리했네.

찬란했던 천 년 신라, 용의 소리 울리던 곳
감은사 옛 종소리 파도에 묻혔는데
화려했던 천 년 자취 석탑만 마주 섰네.

 

 

대왕암이 바라보이는 해변가에 무리지어 앉아 있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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