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소나무 (6)
2019. 9. 12. 08:27ㆍ사진/나무
어떤 소나무
박 인 걸
언제나 그 자리에서
오로지 위로만 향하여
더딜지라도 서두르지 않으며
느긋함과 침착함으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언제나 독립자세로
무리하지 않으며
아주 생산적으로
한 뼘씩 오를 때마다
내실을 튼튼히 하며
힘차게 딛고 선 영역은
아무도 넘겨다보지 못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밤
내심 불안함으로
부러지지 않기를 간구했더니
아침 햇살에 더욱 빛난다.
영혼 없는 식물이
우람한 거목이 되어갈 때
영혼 있는 나의 모습이
너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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