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잎종덩굴
2019. 9. 8. 08:37ㆍ사진/야생화
가을
김 현 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세잎종덩굴
세잎종덩굴은 숲 속에 나는 낙엽덩굴나무이다. 길이는 1m 정도이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세 장의 작은 잎으로 된 겹잎으로, 양면에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자루에 긴 털이 밀생한다. 꽃은 6~8월에 흑자색으로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린디. 학명이나 영명에서도 ‘Korean clematis’ 라 부르는 우리 고유의 식물이다. 이름은 잎이 3소엽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가을 편지
이 성 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