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열매

2019. 3. 18. 06:08시 모음/시

 

자귀나무 열매는 9~10월에 익으며 편평한 꼬투리이고 길이 15cm 내외로서 5~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겨울이면 가지에 붙어 있는 속이 빈열매 꼬투리가 모진 바람에 나부끼며 버스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재가 되어서

이 향 아(1938-  )

우리는 비로소 만났다 
재가 된 후에야 
억센 가시덩굴과 흙뿌리와 묵은 둥치 
쪼그라든 열매와 버스럭대는 잎사귀들 
그들과도 까맣게 이별한 후에 
우리는 이제야 재가 되어서 만났다 
뜨겁던 날들은 그만큼 외롭더니 
타버리면 그뿐, 벼랑인 줄 알았더니 
저 구천 벼랑의 갈맷빛 물결 
죽지 펴 꽃잎처럼 춤추는 허공 
결코 붉거나 푸를 수는 없는 
그렇다고 검거나 희지도 않은 
'후' 불면 날아갈 하찮은 무게로 
이렇게 겸허한 재가 되어 돌아왔다 
기다리던 걸음걸음 밭고랑에 쏟아 
억울하지 않게 스며드는 길 
다시 무슨 섭섭함을 말하려는가  
이제야 어리석음을 탓하려는가 
돌아다보는 길목 그리움마다 
천천히 돌아와서 사각거리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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