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2019. 2. 2. 13:38시 모음/시

흰 눈 썋인 감나무와 홍시

 

 

설날 아침에

김 종 길(1926-2017)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눈 덮힌 조령(鳥嶺) 전나무 숲

 

   

설날 떡국

정 연 복(1957-  )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한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

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충주 미륵대원지 사각석등 사이로 보이는 석조여래입상 (보물제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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