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9. 00:09ㆍ사진/야생화
까치수영
김 승 기
손짓하는 까치를 따라
들어간 숲
오솔길 걸어
산모롱이 돌아서니
까치는 간 곳 없고
가부좌로 앉은
백발노인
얼굴 가득
눈웃음
허연 턱수염
날마다 가슴 위로
내려쌓이는 티끌
화안히 헹구어주는
아, 황홀함
얼른 고개 숙여
합장으로 인사하며 비껴가는데
등짝을 때리는
죽비소리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그분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서 파안대소로
웃음 날리는
꽃
한 송이
번쩍
쿵
체증 뚫리며 밀려드는
종소리
하늘마저 흔들어 깨우는
산울림
까치수영
김 윤 현
뿌리 하나만 남겨둔 채 모두 버리고
겨울을 거뜬히 견디는
까치수영의 인내를 배우고 싶다
하얀 이를 소복이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까치수영의 명랑을 간직하고 싶다
꽃을 피우려는 꿈 이외에는 욕심이 없고
다가서는 이들에게는 향기를 베푸는
까치수영의 사랑을 닮고 싶다
벌이 날아와 꿀을 물고가도 탓하지 않고
바람이 불어와도 얼굴 찡그리지 않는
까치수영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잔돌이 박혀있는 길가나 물기 없는 비탈에서도
성공을 바라기보다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까치수영의 의지를 따르고 싶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줄기를 뻗으려는 마음도 꽃을 피우려던 마음도
또다시 다 비우는 까치수영의 겸허와 함께
□까치수영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산기슭에 자생한다. 전체에 짧은 털이 있고,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원줄기는 원기둥 모양으로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는데 모여나는 것처럼 보이며, 긴 타원형으로 양 끝이 좁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가 거의 없다. 6~8월에 원줄기 끝에 흰색의 꽃이 여러 송이가 달려 피고, 꼬리처럼 구부러지며,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적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한방에서 '낭미파화(狼尾巴花)'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