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6. 15:55ㆍ사진/야생화
붓꽃
김 귀 녀 (1947- )
초봄에 심은 붓꽃
샘터 미나리 밭가에 가지런히 피어 있다
아픔도 슬픔도 초월하고
말 못할 사연 가슴에만 품은 채
진보랏빛 바람으로 온다
상처를 사랑하는 봄 햇살아래
세상 고뇌 홀로 떠안고 서럽게 살아가는
쓸쓸한 내 가슴처럼
슬프게 피어
푸른 하늘만 쳐다본다
□붓꽃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 자생한다. 둥근 뿌리줄기는 길고 옆으로 뻗으며, 수염뿌리가 빽빽하게 나 있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창 모양으로 줄기에 두 줄로 붙는다. 5~6월에 보라색의 꽃이 피는데 바깥꽃잎의 안쪽에 노란색 바탕에 검은 자주색의 그물무늬가 있고, 안쪽꽃잎은 곧게 선다. 암술은 깊게 3갈래로 갈라지고, 꽃잎 모양이며, 노란 수술이 그 뒤에 숨겨져 있다. 7~8월에 세모진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끝이 갈라지면서 밤색의 씨들이 나온다. 한방에서 뿌리를「마린근(馬藺根)」이라 하고, 꽃을「마린화(馬藺花)」라 하며, 종자(씨)를「마린자(馬藺子)」라 하여 약재로 쓴다. 꽃봉오리의 모양이 붓과 닮아서 이름이 붙여졌다.
붓꽃을 보면
김 승 기
조그만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안다
여린 붓끝으로도
커다랗게 하늘을 열고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지
메말라 가는 세상살이
그래도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거라고
하늘 향해 토해내는 절규
바람이 불거나 눈 내리고 비가 와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일
아무리 짧은 생을 살아야 하는 몸일지라도
이제까지 달려온 길 되돌아보면서
잠시 한 번쯤 숨 고르며 멈추어 서야
앞으로 가야할 길 눈에 보이고
다시 지친 몸에 힘을 넣어줄 수 있는 거라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텅 비어버린 속마저 무너져 내려
시커멓게 시들고 마는 몸일망정 아끼고 사랑하며
오늘도 여린 붓끝으로
왜 그렇게 하늘 가득히 그리고 있는지
조금만 마음을 열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