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4. 09:46ㆍ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밤하늘 여행
(7) 소백산 연화봉의 밤하늘
( 2017.5.25 - 26 )
배행기 조종사이자 시인이었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디인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아름다운 밤하늘이 가진 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 즉 오직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행성과 별과 별자리를 찾아보라. 그리고 여러분이 보는 것을 우주의 보이지 않는 놀라운 불가사의와 연결시켜 주는 에세이를 읽어라. 상상의 날개를 펴고 밤하늘을 헤치고 나아가 초신성과 블랙홀과 은하와 퀘이사와 대폭발의 영역으로 들어가 보라. 그리고 마침내는 무한하고 신비로운 원천으로부터 공간과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가 흘러나왔던 기묘한 창조의 순간에까지 도달해 보라. 우리는 우주의 먼지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이야기는 태양과 지구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죽은 별들의 삶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의 운명은 우주의 운명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저 이곳에 존재하는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서서 수많은 은하가 있는 우주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밤하늘의 드라마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감격스럽다. 별 관찰은 그야말로 밤의 풍경과 소리와 풍취와 향기와 감촉 등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경험이다. 우주에 대한 우리의 친밀감 회복은 이렇게 신비한 어둠과 빛의 세계로의 완전한 몰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몰입은 오랫동안 인류가 조금씩 쌓아 온 지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쳇 레이모의 "아름다운 밤하늘( AN INTIMATE LOOK AT THE NIGHT SKY)"에서 >
소백산 연화봉에 오른다.
석양의 붉은 빛이 소백산천문대와 만개한 철쭉꽃 위로 부서지니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서편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는 노란 밤톨 같은 석양이 막 넘어가고 있다.
소백산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어둠이 스물스물 번져간다.
밤하늘엔 별들이 하나 둘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내 곧 총총한 별들로 가득찬다.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중 두 번째로 밝은 별 목동자리의 알파별 아크투루스(Arcturus)가 밝게 빛나고 있다,
그 아래로 투명하게 빛나는 처녀자리의 알파별 스피카(Spica) 우측으로 눈길을 주니 뒤집어진 물음표 모양이 보인다.
앞발을 내밀고 엎드려 있는 백수의 왕 사자자리다.
물음표의 점이 사자자리의 알파별 레굴루스(Regulus), 사자 꼬리 끝에 있는 3 등성 별이 "사자의 꼬리"를 뜻하는 데네볼라(Denebola).
아크투루스. 스피카, 데네볼라 이 세 별이 이루는"봄철의 대삼각형(Spring Triangle)"이 남중하고 있다.
여기에 사냥개자리의 알파별 콜 카롤리(Cor Caroli)를 더하면 사변형 모양의 "봄철의 다이아몬드'가 된다.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지곤 한다.
구름 사이사이로 별들이 영롱히 빛나곤 한다.
목을 젖혀 하늘을 본다.
북쪽 하늘높이 여섯 별이 만드는 찌그러진 H자 모양의 헤르쿨레스자리 (Hercules) 그 옆에 7개의 별이 반원형으로 모여있는 북쪽왕관자리가 보인다. 그중 가장 밝은 별이 겜마(Gemma)
북동쪽의 수많은 별무리들이 밤하늘을 더욱 풍성하게 하여 우주의 심연 속으로 인도한다..
동쪽 하늘에 떠오를 은하수를 느긋하게 기다리며 별 궤적촬영을 하며, 밤의 정밀과 향기에 빠져 끊임없이 변화하는 밤하늘에 매료되어 간다.
더욱 세찬 바람이 구름을 몰고몰고 와 삽시간에 온 하늘을 뒤덮어 버린다.
운무(雲霧)다.
구름과 안개가 밤하늘에 장막을 친다.
점상 촬영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산악 날씨라지만 오늘은 밤새도록 맑을 것이라 확신한 것이 잘못이었다.
너무도 세차게 부는 바람으로 이제는 오슬오슬 추위까지 몰려와 천문대로 하산한다.
바람이 잠잠한 천문대 현관 건물 아래로 들어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운무가 흩어지며 이따금 하늘이 열리며 별들이 보인다.
점상 촬영 몇 장을 하고 나니 운무는 더욱 짙어지기만 한다.
헤드랜튼 불빛을 보니 안개 이슬이 잔잔히 부서져 내리고 있다.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미진한 마음으로 안개 자욱한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린다.
밤이면/ 하늘은/ 그리움으로 가득해져/ 온통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가득하다. 용혜원 시인의 '별'을 되뇌며
쳇 레이모가 말했다. 별 관찰은 "밤의 풍경과 소리와 풍취와 향기와 감촉 등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경험"이라고
오늘은 '운무(雲霧)가 보여주는 색다른 밤하늘을 경험했노라'라고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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