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덕유산 향적봉의 은하수

2017. 5. 14. 09:48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밤하늘 여행

(6) 덕유산 향적봉의 은하수

      (2017.5.1-2)

 

우리가 보는 것은 아름답고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더 아름답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가장 아름답다

덴마크의 과학자. 철학자인 니콜라스 스테노 >

 

덕유산 향적봉 돌탑 상공의 은하수

우리는 격렬한 사건들 대부분이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성숙기의 우주에 살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 수 천 개의 별이 마치 거대한 띠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은하수'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고대인들이 알고 있던 우주의 전부였다. 그러나 점점 더 큰 망원경을 발명했고 분해능이 좋아지자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광대한 우주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은하라고 부르는 빛의 섬은 수많은 별들이 모인 것이고, 그 은하들 주위에는 차가운 전파의 바다 약150억 년(현재는 138억 년으로 추정) 전에 있었던 대폭발의 잔향  ㅡ 가 펼쳐져 있다.

오늘날의 우주는 과거 격렬했던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시간, 공간, 그리고 물질의 기원을 드러내고 있다. 초기 우주는 뜨거워서 어떤 원자도 존재할 수 없는 복사(radiation)의 지옥이었다. 그러다가 처음 몇 분이 지나면서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형성될 만큼 냉각되었다. 수백만 년이 지나서야 온전한 원자가 형성될 수 있을 만큼 우주가 충분히 식었으며, 뒤이어 단순한 분자들이 형성되었다. 그 후 수십억 년이 지나면서 물질이 별이나 은하를 형성하는 일련의 복잡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안정된 행성계가 형성되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과정을 통해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들이 탄생했다. < 존 배로의  '우주의 기원'에서 >

 

참으로 오랜만에 덕유산에 오른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에는 드문드문 진달래가 피었고 철쭉은 아직 꽃망울만 달고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옛날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영각사에서 출발하여  남덕유산에서 향적봉까지 땀 범벅되어 종주했던  그 뜨거웠던 여름을 회상하며,  중봉 무룡산 삿갓봉 서봉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 주능선을 눈길로 이어 본다.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 황매산, 비계산, 가야산 등이 아스라하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샘터로 내려가는 길 양옆 군데군데에현호색들이 앙증스레 피어 있다. 대통 끝을 흘러내리는 샘물을 받아 마시니 산 향기가 난다.

 태양을 등진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니 하늘엔 구름 조각이 붉으스레 채색된다. 어둠이 깔리는 향적봉을 향해 오른다. 바람이 세차게 불며 구름이 몰려와 순식간에 향적봉 하늘을 뒤덮어 버린다. 무연히 1시간여를  기다리다가 대피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다.

 

꿈결에 깜깜한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다. 불현듯 일어나 시간을 보니 밤 12시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향적봉에 다시 오른다. 돌탑 위로 꿈결에 보였던 총총한 별들이 찬연히 빛나고 있다. 낮이 지구의 세상이라면 밤은 지구 밖의 세상이다. 북쪽 하늘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카시오페이아에서  궁수자리까지, 북쪽하늘에서 남쪽하늘까지 은하수가 길게 그려져 있다. 별똥별이 긴 선을 그으며 떨어진다. 바람은 잠잠하고 별빛은 더욱 투명하게 빛난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모든 별은 은하라는 우주 섬의 일부이다. 수천억의 별빛이 만든 이 특별한 섬을 우리는 은하수(Milky Way Galaxy) 또는 우리 은하(The Galaxy)라 일컫는다. 우리 은하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밤하늘의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하얀 띠처럼 길게 뻗어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 하얀 띠가 고대인들에게 마치 별들 사이에 놓인 젖길(Milky Way) 또는 강처럼 보였던 것이다. 별똥별이 또 빛의 선을 그으며 떨어진다. 밤의 정밀(靜謐)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별을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진다.

 

우리 은하를 이룬 수천 억의 별빛 밤하늘빛의 띠인 은하수는 이러한 은하계를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우리는 은하계를 내부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은하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띠 속에 있는, 은하수의 진하고 넓은 부분이 은하계의 벌지(Bulge) 쪽에 해당한다. 띠의 중앙은 검게 틈새가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짙은 먼지가 안쪽에서 나오는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 은하가 형성되고 난 후 백억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리 은하의 여러 곳에서 별 형성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은 새로운 별이 계속 탄생할 것이라 한다. 오리온자리의 사냥꾼의 허리띠(소삼태성)에 해당하는 별들의 중간쯤에 위치한 오리온대성운을 별들의 요람으로 보고 있다.

이 성운에서는 수천 개의 별이 탄생했고 수천 개의 별들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어 성간구름이 흩어짐에 따라 차츰 모습을 드러낼 성단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 한다

 

향적봉 돌탑 위의 은하수; 궁수, 전갈, 천칭; 전갈의 붉은 심장 안테레스와 꼬리에 독침을 감춘 샤울라 그리고 은하수 중심부에 있는 흰 구체는 토성이다
남두육성 궁수자리 아래로 남쪽 왕관 윗쪽으로 북쪽 왕관이 보이고 전갈자리 윗쪽으로 뱀자리가 보인다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데네브, 베가, 알타이어 세 별이 이루는 여름철의 대삼각형
봄의 대삼각형 베가(직녀),데네브, 알타이르(견우)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 세 별을 연결하면 여름철 대삼각형이 된다. 1만2000년 뒤에는 거문고자리의 베가(직녀성)가 북극성이 된다.
은하수를 가로질러 나르는 백조와 독수리
궁수자리와 전갈자리:&nbsp; 은하수 중심에 있는 흰 구체는 토성이며&nbsp; 그 옆 조금 떨어진 곳에 전갈자리의 알파별 적색거성 안타레스가 보인다.
북쪽 밤하늘

 

천문박명이 되어 별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북극성은 하늘의 북극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작은 원을 그리며 이동된다. 지축의 이동에 따라, 하늘의 북극에 있는 별이 바뀌어 간다. 현재의 북극성이 '북극성'이 된 것은 2000년 정도 전이다. 5000년 전의 이집트 시대의 북극성은 용자리의 투반(Thuban)이었다. 2500년 후에는 세페우스자리의 에라이(Errai)가, 1만 2000년 후에는 거문고자리의 베가가 '북극성이 된다.

 

향적봉의 북천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