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8. 15:43ㆍ천문, 천체/밤하늘 여행
밤하늘 여행
(3) 지리산 법계사의 밤하늘
지구는 우주에서 결코 유일무이한 장소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니다.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를 전형적인 곳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은 코스모스의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일반적인 곳이라 할 만한 곳은 저 광대하고 냉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본다면 바다 물결 위의 흰 거품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희미하고 가냘픈 덩굴손 모양의 빛줄기가 암흑을 배경으로 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이 은하다. 이들 중에 홀로 떠다니는 고독한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코스모스의 암흑 속을 끝없이 떠다닌다. 이것이 바로 성운들의 세계이다.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곳, 우리가 우주의 중간쯤으로 알고 있는 머나먼 저곳이 성운들의 세상이란 말이다.
은하는 기체와 티끌과 별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별들이 무더기로 모여 은하를 이룬다. 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태양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은하 안에는 별들이 있고 세계가 있고 아마도 각종 생명이 번성한 자연계가 있고 지능을 소유한 고등 생물의 집단이 있으며 우주여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고도의 문명사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은하를 멀리서 바라보면 은하가 아기자기한 것들을 모아 놓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보인다. 그것은 조개껍데기나 산호 조각처럼 코스모스라는 바다에서 자연이 영겁(永劫)의 세월에 걸쳐 조탁하여 만들어 낸 예술품이다.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
4월8일. 음력으로 3월 초이튿날이다. 초승달도 초저녁에 이미 지고 없는 칠흑 같은 산중의 깊은 밤이다. 문창대로 가는 길의 산마루에 올라서니 지리산 첩첩산중의 고요와 적막이 밀려온다. 적막과 고독이 가져오는 두려움에 친숙해지고 어둠에 눈이 적응할 무렵 쯤 되니, 비로소 하늘 가득 영롱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법계사의 불빛이 새어 나오는 뒷산 능선 위로, 큰곰자리의 일부를 구성하는 별무리인 국자별 북두칠성과 M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그리고 그 가운데로 작은곰자리의 꼬리별인 북극성이 떠 있다. 북극성은 가장 밝은 별이 아니고 50번째로 밝은 별이라고 한다. 북극성은 지구로부터 약 430광년 떨어져 있는 노란 초거성으로 규칙적으로 밝기를 바꾸는 변광성이며, 또한 삼중성으로 다른 두 별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아도 좌우를 둘러보아도 별들이 온통 하늘 가득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별이다. 빠져 들수록 우주는 넓고도 넓어 현묘하기만 하다.
137억 년 전 우주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은하도 별도 없었고, 그저 휘황한 불덩이가 우주 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대폭발의 혼돈으로부터 이제 우리가 깨닫기 시작한 조화의 코스모스로 이어지기까지 우주가 밟아 온 진화의 과정을 되새겨 본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한 후손이다.
멀리 산 아래로 중산리 마을 불빛이 보인다. 명멸하는 별들 속에 반인반마의 켄타우르가 활을 쏘는 모습을 한 궁수자리와 독침을 감춘 무서운 전갈자리가 보인다. 전갈의 심장으로 불리는 일등별 안타레스와 독침을 감춘 전갈 꼬리의 샤울라를 찾는다. 전갈 머리와 발 앞을 가만히 주시하니 천칭자리 별자리가 떠오른다.
천지만물이 적막 속에 빠져 있는 새벽 3시 법계사에서 도량석 소리가 들린다. 일체생명들을 미망에서 깨어나게 하는 목탁소리다. 나뭇잎이 흔들리니 천지만물이 바야흐로 생동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밤하늘의 별들도 더욱 영롱한 빛을 뿜어낸다.
예전부터 죽음만이 삶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들은 태어나고, 성숙기를 겪고, 죽음에 다다르면 서서히 빛을 잃다가 결국에는 생을 마감한다.
별들의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장관을 연출하는 별도 있고 천천히 슬픈 죽음을 맞이하는 별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이란 인간과 별이 공유하는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별은 커다란 가스와 먼지 성운 속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규모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 마이크 플린의 '손 안의 우주'에서 >
서서히 하나 둘 별빛이 스러지기 시작한다. 법계사 삼층석탑너머 멀리 붉으스레 여명이 밝아온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또 태양이 떠오른다.
하늘의 무늬 / 조 용 미
별이 하늘의 무늬라면 꽃과 나무는 땅의 무늬일까요
별이 스러지듯 꽃들도 순식간에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불멸을 이루나 봅니다
하늘의 무늬 속에 숨어 있는 그 많은 길들을
저 흩어지는 꽃잎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까지의 거리에 우주가 다 들어있고
저 별빛이 이곳에 오기까지의 시간 또한 무한합니다
무한히 큰 공간과 거기 존재하는 천체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인 우주를, 그 우주의 은하에서
나는 누구도 아닌 당신을 만났군요
자기 자신에서 비롯되는 마음처럼, 샘물처럼 당신과 나는
이 우주에서 생겨났군요
우주는 깊고 별들은 낮아
나는 별들의 푹신한 담요에 누워 대기를 호흡해 봅니다
천천히, 당신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그러다 나는 밤하늘로 문득 미끄러지듯 뛰어내릴까요
너무 오래 살았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남천에 걸리 남두육성의 국자별자리를 스쳐,
천공의 우주가 겹겹이 내려앉아 우리가 알 수 없는 오래전
어느 시간의 소우주를 보여 주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봉황과 학을 타고 하늘을 노닐며 사현금을 뜯는 신선들과
천지공간을 가득 채운 일월성수의 별자리 따라
나는 당신의 전생으로 갑니다
우리는 어느 별에선가 또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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