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뜰
2013. 10. 11. 16:35ㆍ시 모음/시
가을, 뜰
김 귀 녀
배추속이 속속 차오르는 가을
가을은 참 넉넉하다
대추나무 위에서
어제 저녁나절
두 됫박 족히 가을을 땄는데
오늘 또 가을이 익어간다
아침 일찍 잔디밭을 밟으면
밤새 내린 영롱한 이슬이
발등을 간질이며 소리를 낸다
화단가 섬돌 밑에선
하얀 달밤을
유난히 좋아하는 귀뚜리가
한기를 느끼는 이 밤에도
사라진 친구들을
끊임없이 불러댄다
아~~~ 혼자 간직하고 싶은
가을, 가을,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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