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는 소리
2013. 7. 8. 08:16ㆍ시 모음/시
비 가는 소리
유 안 진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不協和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