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2013. 5. 11. 16:24시 모음/시

 

 

 

 

팔만대장경

한 이 나

 

마음 '심心'자 한자 위에 떠 있는 팔만대장경이 마음을 들어내자 가볍게 사라진다.

행방이 묘연하다. 울타리 밖에서 서성이던 팔만 지옥의 근심이 기댜렸다는 듯 곧장 달겨드는,

백지 한 장의,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인,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나 했던가. 아무 일도 없는 듯 하루가 이틀이 한 달이 무심히 건너간다.

까맣게 꿈을 잊고 있다가 보면 뜬금없이 우주 저쪽에서 모르스 부호가 울릴지도 모르지.

마음 '심心'자 한자 위에 다시 세운 팔만대장경이 기우뚱 오후 두시로 기울어져 있다.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서 향기가  (0) 2013.06.02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0) 2013.05.12
먹참선  (0) 2013.05.09
병 기울면 달빛조차 간데 없음을  (0) 2013.05.02
시골 망동리 생활  (0)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