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석향(石香)이 손짓하며 반기는 울릉도 도동항

2012. 10. 25. 00:26도보여행기/울릉도 독도를 찾아서

울릉도. 독도를 찾아서

(1) 석향(石香)이 손짓하며 반기는 울릉도 도동항

     2012. 10. 16   화요  맑음

 

울릉도(鬱陵島)

오 세 영

 

밝음을 지향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빛을 좇아 이렇듯 멀리 동으로 동으로
내달았을까.
밝음을 사랑하는 마음이 또
얼마나 애틋했으면
청정한 해류 따라 이렇듯 먼 대양에
이르렀을까.
그 순정한 사념(思念)
변함없이 받들기 위해서
뜻은 한 가지로 높은 데 둘이니
너를 만나기 위함이라면
동해 거친 격랑에 몸을 맡겨
세상의 그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모두 비워야 비로소
가능하구나.
신(神)이 이 지상에 떨어뜨린 한 알의 진주처럼
국토의 순결한 막냇누이여..
울릉도여.

 

육지라면 언제라도 배낭 메고 훌쩍 떠날 수 있지만, 아내가 가장 가 보고 싶어 하는 울릉도 독도 탐방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바다 날씨 즉 풍랑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에,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여행하기 힘든 지역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동안 몇 번의 탐방계획이 무산되다 드디어 울릉행이 결실을 맺어 새벽 3시 20분 집을 나서 잠실 롯데마트 앞에서 묵호여객선터미널행 샤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3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안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8시 20분 출항하는  여객 805명, 승용차 150대를 선적할 수 있는 대아고속해운 소속 카훼리 "선플라워 2호"에 승선한다.

잔잔한 파도가 이는 동해를 3시간 20분 동안 순조롭게 항해하여 11시 40분 도동항 부두에 도착한다.

 

도동항

 

 

 

 

도동항 부두에 내리니 새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쪽빛 바다

새파란 하늘

하얀 구름

시원한 바람

청정한 공기

오!  심호흡하며 싱그러운 기운을 마신다.

코끝이 뻥 뚫리고 가슴이 열리고 눈이 시려진다.

기암절벽 봉우리에는  수천 년 세월 도동항을 굽어보며 울릉도를 지켜 온 석향(石香)이 오늘도 짙은 향을 뿜으며 손짓하며 반기고 있다.

울릉도 깎아지른 석산 암벽에 자생하는 "石香"

해풍에 시달리며 돌 틈에서 수천 년 세월을 끊질기게 살아오며 장구한 울릉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진한 향기 내뿜으며, 신비로운 희귀한 모습으로 우뚝 서 오늘도 울릉도를 지키고 있다.

 

울릉도 / 허영미

 

그 얼마나 그리우면
망망대해 한 점 섬으로 태어날까

 

그리움에 아린 마음
바위마다 큰 구멍이 뚫리고

 

가슴팍 어느 한곳
멀쩡한 곳 없더라

 

그리움이 깊으면 향기가 되나 보다

 

흙도 없는 가파른 바위틈에
신비로이 키 작은 향나무가 살고

 

날마다 그 섬은
그 향취(香臭)로 말끔히 목욕을 하고
은 갈매기, 흑 갈매기 띄워놓고
짙은 군청 빛 바다 위에 앉아
그린 님 기다리고 있더라

석산 암벽에 자생하고 있는 석향(石香)

 

 

도동항 부두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봉우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2500년 된 석향(石香)

 

이 향나무는 1985.10.5일 브랜다 태풍으로 오른쪽 가지를 잃었다.      

태풍에 부러진 향나무 가지는 독도박물관 아래 기념품 매장 주인 서귀용씨가 구입하여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조각을 해 매장에 진열 소장하고 있다.

 

 

기념품 매장에는 향나무 사진과 글을 써 걸어 놓았다.

 

 

"울릉도 향나무(石香) 

신비의 섬 울릉도에 자생하는 향나무는 石香과 土香 두 종류가 있다. 석향은 석산 암벽에서 수천 년 동안 해풍에 시달리며 돌에 있는 모든 수분과 진기로 수명을 이어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희귀한 모양과 향기로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이 향나무는 사람의 피부병에 최고의 약재로 알려져 있으며, 세월이 아무리 오래가도 좀을 먹지 않고 썩지도 상하지도 않아서 골동품으로도 최고의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우리 울릉도가 자랑하는 신비의 나무이다. "   < 문구를 요약 >

 

도동항 부두 근처에 예약하여 둔 숙소에 들어 짐을 푼다.

오늘은 가볍게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행남해안산책로와 저동해안산책로를 걷기로 하고 단출한 행장을 꾸려 숙소를 나선다.

점심 식사를 위해 맛집에 들어 따개비칼국수를 주문하려다 생각을 바꾼다.

이왕이면 천부동 앞바다에서 채취한 따개비로 푹 고와 국물 맛이 특별한  천부항 골목 안쪽에 있는 '신애분식'에서 후일 먹기로 하고,

일인 15,000냥 하는 따개비밥을 주문한다.

울릉도의 물가는 높기만 하다.

아내가 "따개비가 어떻게 생겼어요?"하고 물으니, 전복보다 더 좋다며 따개비 껍질을 가지고 와 선물로 준다.

따개비는 바닷가 바위에 붙어사는 조개로, 일명 삿갓조개라고도 부른다.

 

따개비밥과 나물무침에 열중한다.

풍랑 주의보로 인해 내일 독도행 배가 결항된다는 주인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린다.

독도를 갈려면 오늘 오후 배로 가지 못하면 금주 내는 힘들다는 말을 곁들인다.

그러나 지금은 표를 구하기 힘들고, 표를 구한다 한들 연속해서 배를 타기도 힘들 듯하다.

"3대가 선업을 쌓아야 독도에 입도할 수 있다"  하는 말을 들은 바 있기는 하지만...

모래 배표가 예약되어 있는지라 순간 허탈해진다. 

따개비를 줄로 꿰어 창문 위에 걸어 놓았다

 

식사 후, 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활기찬 도동항으로 향한다.

도동항 방파제 옆 나선형 계단을 오른다.

기암절벽 아래로 쪽빛 바다와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 산책로 길이 보인다.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아오른다.

파도가 연실 밀려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다.

 

울릉도 앞바다      /  정 성 수

 

끝내 뿌리가 시들지 않는 것은 바다뿐이리
꽃 피운 것들 하나둘 쓰러져 가는 지상에서
쉬지 않고 다시 피어나는 것은 그때뿐이리

 

그리하여 그리운 바다여
내가 왔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아직은 식을 수 없는 피
가다가 멈출 수 없는 두 발 데리고
홀로 먼 길 더듬어 왔다

 

오래오래 품속에 가두었던 꽃 한 송이 꺼내어
말없이 던진다, 그대에게
아무도 보지 못한 슬픔의 그늘도 함께 던진다

 

그러므로 바다여
마침내 그대 앞에서 낡은 옷을 벗는다

 

오늘도 숨 가쁘게 잎을 여는 하얀 꽃떨기 바라보며
나 이제 시들 줄 모르는 한 줄기 꽃의 뿌리가 되려 한다

 

지구 밖으로 사라져 가는 한 생애의 저녁해 앞에서
기꺼이 그대의 아름다운 종이 되겠다.

 

 

 

 

 

 

 

노란색 털머위 꽃이 먼바다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산책로가 끝나고 숲길로 들어선다.

 

해안가 절벽에 피어 있는 털머위

 

섬조릿대 길을 지나니, 해송이 우거진 숲길이 이어진다.

털머위가 노란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 숲길을 걷는다.

해송 숲 속에 빼 욱한 노란 털머위 꽃.

발길을 멈추고 노란색 물감이 번져가는 해송 아래 숲 속을 바라본다. 

아!  울릉도는 지금 털머위 꽃 천국이다.

 

섬조릿대 숲길

 

털머위 꽃이 장관을 이룬 해송 숲길이 시작된다

 

 

 

 

10월 하순에는 울릉도 저동항 부두에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출어를 하지 않고 정박해 있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달밝이"라고 한다.

어선에서 집어등을 밝히면 그 빛을 보고 오징어가 몰려드는데 이 때는 달이 너무 밝아 집어등의 효과가 반감되어 어민들은 "달밝이" 열흘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털머위 꽃이 만발하는 시기와 오징어 "달밝이"가 지나는 시기가 묘하게도 비슷하다고 한다.

 

□털머위

국화과의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일본 원산으로 울릉도 및 제주도 등 남해안 섬 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바닷가 숲 속, 습기가 충분한 반그늘 지역에서 잘 자란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고 둥글넓적한 심장형이다. 또한 두껍고 광택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으나 대체로 밋밋하고  뒷면에는 회백색 털이 있다. 9-10월에 30-70cm 높이의 꽃줄기에 노란색 꽃이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11월에 익는데 깃털이 있다. 어린 잎자루는 머위처럼 나물로 먹고 잎은 약용한다.

 

 

 

 

 

 

 

 행남등대를 지나 10여 미터 더 가니 해안절벽 위에 데크 전망대가 있다.

저동항 촛대바위 북저바위 죽도 그리고 멀리 관음도가 시원히 조망된다.

무지개다리로 연결된 저동해안산책길도 뚜렷이 보인다.

 

저동항과 촛대바위

 

 

관음도 북저바위 죽도가 바라보인다

 

 

무지개 다리로 연결된 저동해안산책로

 

 

 

 

해송숲과 대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니 소라계단 내려가는 길섶에 쉼터 정자가 있다.

정자에 배낭을 풀고 앉아 휴식을 한 후,  해안 절벽에 설치된 높이  57m의 나선형 수직계단으로 향한다.

바다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뱅글뱅글 돌아 내리는 소라계단이 어지러워 잠시 쉬며 먼바다와 해안절벽을 바라본다.

절벽에는 해국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기암절벽 아래 구름다리를 걷는다.

연실 밀려오는 파도는 해안가 바위에 부딪쳐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구멍 숭숭한 기암절벽 바위틈에 자라는 해맑은 해국이 손짓한다.

마음이 맑아진다.

 

해국    / 김 근 이

 

바다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수평선을 사모하여

다가갈 수 없는 그곳에

그리움을 심어 놓았습니다

바위틈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봄 여름 태양의 정성으로

키워 온 꿈을

가을 이른 새벽 서리로

꽃을 피웠습니다

화사한 외로움의 꽃을

피웠습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에

몸을 적시며

수평선 위로 날아오르는

물기 젖은 그리움을 접어

파도 소리로 잠재웠습니다  

저동 해안산책로로 내려서는 고저차 57m의 STS 원형식 계단

 

                       

 

 

해국 너머로 무지개 다리가 보인다

 

 

구멍 숭숭한 해안 절벽에 자라고 있는 해맑은 해국

 

풍광이 빼어난 저동해안산책로를 걸어 방파제 아래 문을 지난다.

촛대바위가 우뚝 서 있다.

촛대바위에는 해국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저동항에는 어선들이 속속 귀항하고 있다.

저동항 뒷산으로 해가 넘어가며 석양빛을 뿌리고 있다.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손에 잡힐 듯 북저바위와 죽도가 눈앞에 있다.

갈매기도 지쳤는지 테트라포트 위에 앉아 있다.  

이따금 날아올라 바다를 선회한다.

멀리 하얀 도동(행남) 등대 뒤로  흰 구름이 석양빛에 불그레 물들기 시작한다.

석양빛에 물들기 시작하는 구름으로 저동항에 실루엣을 던지고 있는 촛대바위가 신비롭게 보인다.

 

저동항은 울릉도 개척 당시부터 형성돼 있던 마을이다.

마을 주변에 모시밭이 많아 "모시개"라 불렀는데, 일제 강점기 때 한자 지명 표기할 때 모시 "저(苧)"를 써서 저동(苧洞)이 되었다.

방파제와 접안시설이 완공된 저동항은 30톤급 어선 1,000여 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한다.

해 뜰 무렵 밤샘 조업을 마친 오징어배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부두다.

저동항 작은 덕장에는 하얀 오징어가 내걸려 있다.

도동항이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라면 어선이 드나드는 저동항은 어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옛날과 다르게 저동항에도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많이 생겨났고 관광객 유숙 인원도 많아 보인다.

 먹구름이 점점 하늘을 뒤덮는 저동항을 떠나 도동항 숙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북저바위와 죽도

 

 

저동항

 

 

 

                        

 

  

테트라포트 위에 갈매기들이 쉬고 있다

 

 

행남(도동)등대

 

 

촛대바위

 

  

저동항에 실루엣을 던지고 있는 석양의 촛대바위

 

 

저동항의 작은 덕장에 내걸린 하얀 오징어

 

숙소에 돌아오니 젊은 주인이 반긴다.

주인과 대화하며 내일의 일정을 가늠해 본다.

풍랑 주의보로 인해 내일과 모래는 독도 배편과 유람선이 결항된다 한다. 

주중에 이런 주의보가 내리면 대개의 경우 주말까지 출항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일기 예보로는 전국이 내일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곳은 일기 예보 보다 하루 늦다며 내일 성인봉 등산을 권한다.

그러나 울릉도 날씨는 예측할 수 없으니....

현지 주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어 성인봉 등반 준비를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