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부르는 노래(林下辭)

2012. 9. 7. 22:36시 모음/漢詩

 

 

청빈하게 살아가는 도인이여

안개와 노을 속에서 날개를 치는구나.

칡 옷 한 벌로 겨울 여름 지내고

솔바람 소리 들으며 생애를 보내노라.

하늘은 높아서 머리를 치켜들고

땅은 넓어서 무릎을 쭉 편다네.

파란 이끼를 담요로 삼고

흙덩이 돌을 베개 삼아 누웠다네.

등나무 넝쿨은 해를 가리고 푸른 냇물은 길이 흐르니

사는 것이 이와 같은데 죽음 또한 어이 근심하리.

푸른 바다에 솟은 세 봉우리엔 흰 구름과 푸른 두루미가 오가고

두견새의 울음소리는 빈 산 밝은 달 위로 울려퍼진다.

오호라, 줄 없는 거문고와 구멍 없는 피리가 아니라면

내 누구와 함께 태평한 시대의 노래를 부르리오

< 숲에서 부르는 노래(林下辭)   - 서산대사 휴정의 禪詩  >

 

 

'시 모음 >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게(梅花偈)  (0) 2013.04.25
귤송橘頌  (0) 2013.03.25
날마다 산을 보지만  (0) 2012.07.24
井中月  (0) 2012.07.23
청허가(淸虛歌)  (0) 201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