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그리메

2011. 7. 10. 20:45사진/연꽃

연잎 푸르게 너울대는 
 박 종 영 

연꽃 방죽 물안개 분홍색으로 
올라오는 초여름에 
수면 아래 명쾌한 진흙의 손놀림은 
숭숭 구멍 난 연뿌리의 심장을 다독이느라 안간힘이다 
저거 빗방울을 거부하는 녹색 잎의 슬기로운 물관작용이다 
넓고 창창한 연잎 그늘에 숨어 
그 빛깔 닮아가는 청개구리의 익숙한 노래는 
곧 피어날 연꽃의 호방한 향기를 닮아 
밤하늘의 별을 끌어내리는 꿈 노래다 
새로운 시간이 찾아와 읊조리고 
후덥한 여름 시작의 오후가 달콤하고 행복한 것은 
짧게 지나가는 생의 덧없음일까 
논병아리 물 위에 집을 짓고 연둣빛 알 굴릴 즈음 
새벽으로 돌아 너울져 짙푸르게 익어가는 키 큰 연잎 
저문 시간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잠깐 쉬며 바라보는 
너울대는 연잎에서 궁구는 영롱한 물방울 
그 안에 온 우주가 파랗게 익어가며 평화를 귀띔한다

 

 

연잎 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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