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해로 물길을 가르는 분수령을 이루는 삼수령

2011. 5. 9. 21:58도보여행기/한강 물길을 따라 걷다

한강 물길을 따라 걷다

(검룡소에서 정선 덕송리 다래까지)

 

(1) 三海로 물길을 가르는 분수령을 이루는 삼수령(三水嶺)

      2011. 5. 3.  화요 맑음

 

한강 발원지 금대봉 고목나무샘과 제당굼샘을 찾아 한강의 시원 샘부터 출발하기로 계획하였는데, 금대봉 입산금지기간으로 부득이 

한강 물길 따라 걷기 첫 출발점은 발원지 검룡소로 정할 수밖에 없다.

금대봉과 고목나무샘은 전에 가 본 바 있어 그나마 위안을 느낀다.

한강의 발원지는 아니지만 삼수령과 매봉산(천의봉)을 올라보고, 피재를 넘어 안창죽마을을 거쳐 검룡소로 가기로 한다.

 

산과 들은 연녹색으로 번지고 있다.

모든 나무들은 다투어 각양각색의 새잎을 돋아내어 산야를 싱그럽게 한다.

태백에서 버스를 타고 35번 국도인 백두대간로를 10 여분 하장 방향으로  달려 삼수령에 하차하니, 시간은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삼수령(三水嶺)

 

 

삼수령(三水嶺)!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한강을 따라 황해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가도록 하는 분수령이라 하여 삼수령으로 불린다.  삼수령을 피재라고도 하는데 삼척 지방 사람들이 황지지역을 "이상향"이라 하여 난리를 피해 이곳으로 넘어왔기에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또한 백두산에서부터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이곳 삼수령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동남쪽으로 낙동정맥을 분기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강의 길이 순서대로 높이를 달리 한 오십천 한강 낙동강, 그리고 빗방울을 상징하는 삼수령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아버지빗물

소양:김길자
   

시계초침처럼 쉬지 않고
 중앙저지대를 거쳐
 영남지방전역의 갈증 해갈하기 위해
 남해로 가고 싶었을까

 

  그 누구도
 당신 없이 살 수 없기에
 물 뿌리 되고 불씨 되어
 도랑까지 촉촉이 적셔주었지

 

 낙동강 천삼백 리 정맥혈관 순환강물로
 세계의 철새도래지인 김해을숙도,
 김해평야를 살린 아버지빗물

 

 그런 아버지빗물도 아픔 하나 있다지

 

 하늘에서 내려오다
 뜻하지 않게
 이산가족이 되었지
 한강발원지로 정착한 아내빗물과
 오십천 동해로 향한 외아들빗물

 

 가는 물길 서로 달라
 다시 만날 희망하나 잡고
 넓게 펼쳐진 바다를 향해
 묵묵히 흐르고 있지.

 

  

그 옆 삼수정(三水亭)에 오르니 동쪽으로 확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른다.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 차도를 버리고 매봉산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삼수령목장 입구를 지나처서 목장 철조망 옆길을 따라 오른다.

 

삼수령목장 입구

 

                             

'낙동정맥 예서 갈래 치다' 표지석 앞에 선다. 

낙동정맥 분기점에 서서 낙동정맥의 꿈틀거리는 능선길을 바라본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수많은 울긋불긋한 리본들이 바람에 팔락이고 있다.

가슴이 뛴다.

나는 항상 모든 사물의 시원이 되는 곳에 서면 가슴이 뛴다.

오늘만이라도 저 낙동정맥 능선 길을 따라 통리역까지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리본이 달린 나무에 어느 산악인이 매달아 놓은 글을 옮겨 본다.

 

 

 

낙동정맥

태초에 천지가 하나였던

혼돈의 시대를 지나

끝없이 내리던 비(雨)로

북방(北方)에 한강(漢江)

동방에 오십천

남으로 낙동강을 빚어내며

삼수령(三水嶺) 이름 단 피재

그 재 이를 즘

백두대간이 한 팔 내주니

낙동의 분수령 그 천리길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낙동정맥 종주를 끝낸 산악인의 진한 숨결과 감동이 느껴진다. 

아! 나도 저 길을 종주하고 싶다.

땀방울이 솟아날 무렵,

바람이 시원하게 아니 세차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하늘은 개인 날씨이지만 황사가 아직도 남아 있어 맑고 투명하지가 않다.

고랭지 채소밭 너머로 하얀 풍력발전기 8기가 보인다. 

쉬이익! 쉬이익!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를 우측 귀로 들으며 산길을 오르니 매봉산 정상 표지석이 있다.

 

 

매봉산 표지석

 

 

천의봉 표지석

 

 

"백두대간  매봉산 1303.1M"  뒷면에는 "백두대간 천의봉 1303.1M"이라 새겨져 있다

중계소 옆 전망대에 서서 고랭지 채소밭, 풍력발전기, 네델란드 풍차,  백두대간 줄기와 연봉들을 바라본다.

 

 

 

 

 

 

 

피재에서 출발하여 매봉산 정상을 올랐다 바람의 언덕  태백매봉산풍력단지를 둘러보고 고냉지 채소밭을 지나 피재로 되돌아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이다.

 

 

전통(네덜란드) 풍차

 

 

 

멀리 매봉산이 보인다

 

 

태백에는 자작나무가 군락지가 많다.

광석을 채취하고 남은 부산물 속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폐광의 복원을 위한 나무로 선정된 것이라 한다.

 

 

자작나무 숲

 

 

삼수령(피재)을 넘는다.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무심히 걸어 내려간다.

산기슭에 피어있는 제비꽃. 꽃다지. 민들레 등등 들꽃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걷는다.

진달래도 피어있고 갯버들도 꽃이 피어있다.

매봉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따라 걷는다.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며 걷는다.

 

천장군터 고사리밭골 가는 입구에는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바위와  '삼수령고원화훼' 표지석이 서 있고  

다리 건너 양편에는 닭 모습 같은 돌이 양 옆으로 놓여있다.

 

 

 

양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바위에 돌단풍이 꽃을 피우고 있다

 

 

창죽 팜스테이 마을 '한강의 아침'을 지난다.

 

 

 

 

 

냇물에는 오후의 햇살이 비치고 있다.

냇가에 자작나무가 서 있는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산괴불주머니가  냇가 둔덕에 노랗게 피어 있다.

제비꽃이 풀숲에 숨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검룡소 입구 이정표가 있는 창죽교에 도착한다.

창죽교 아래가 바로 검룡소에서 발원되어 흐르는 물과 매봉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수하는 지점이다.

이제 골지천이 되어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검룡소에서  창죽마을을 흐르는 물길은 작은 규모인데도 운치가 있다.

바위 절벽에는 진달래가 붉게 피어 있고, 절벽 바위 아래로 맑고 푸른 물이 흐르는데 물속의 자갈과 모래가 선명히 보인다.

 

 

 

묵밭에는 꽃다지등 풀꽃들이 피어있고, 산기슭 둔덕에는 산괴불주머니가 노랗게 화사하게 피어 있다.

 

 

 

무거워지는 다리를 한 발 한 발 떼어놓으며 '점마을 둔덕'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한참을 걸어가니, 창죽마을 공원이 보인다.

이제 이곳이 오늘 하루 묵을 안창죽마을이다.

창죽마을 공원 정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석양의 빛이 길게 비치는 저녁 6시경에 '검룡소 민박'에 도착한다.

철제 다리를 건너 냇가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 집안으로 들어서니, 미리 전화한 관계로 주인 내외가 마당에서 반겨준다.

샤워하고 앉아 있으려니, 저녁식사를 같이하자며 상을 차린다.

취나물, 으너리나물 무침과 깻잎장아찌에 소고깃국이다.

고춧가루를 내놓는데 너무나 붉다. "이런 붉은 고춧가루는 귀한 것인데요?" 하니, 집에서 햇볕에 말려 빠은 태양초란다.

'으너리나물 처음 들어보셨지요" 하며 으너리나물 무침이 취나물보다 맛있다며 권한다.

후에 알았는데 '으너리'는 '어수리'의 방언이다.

야생화 촬영 시 어수리꽃은 많이 보았는데 어수리를 나물로 먹는 줄은 몰랐었다.

주인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낸다.

5대째 이곳 안창죽마을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자식은 6남매를 두었는데 다 출가시켜 내 보내고 이제는 두 분만 배추농사지으며 사신다 한다.

회갑잔치 때 찍은 가족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아마도 맏아들이 정년 퇴직하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아버지를 거들 것 같다고 말하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평화로운 두 분의 모습에 나의 마음도 평안해진다.

창죽마을에는 원래 푸른 대나무 즉 산죽(조릿대)이 많이 자라던 곳이어서 창죽(蒼竹) 마을이라 하였는데, 현재는 산죽은 자라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