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와 목련
2011. 4. 10. 15:45ㆍ사진/풍경
자화상 / 박유동
굵고 튼튼한 기둥에 받들려
하늘을 온통 꽃구름 일구고
목련꽃은 하나하나 초불을 밝혔네
더러는 밑으로 꺾긴 가지에서도
꽃만은 곧 곧이 촛대처럼 바로세우고
하늘을 우러러 떳떳이 머리 쳐들었네
산기슭 돌담에 뒤엉킨 개나리꽃
줄기는 구부러져 땅에 닿았는데
목련꽃처럼 우람차고 덩실하지 못하더냐
개나리꽃은 송이마다 고개 떨구고
갓 핀 애기꽃도 아예 땅을 보고 머리 숙였네
더러는 돌짬에 숨어 하늘을 가리네
한 하늘 아래 해와 달은 같건만
누구는 두둥실 하늘에 떴고
누구는 개천바닥에 뒹굴더냐
아마 세상에 못난 나를 닮아서 일까
개나리꽃 붙잡고 섰으니 왠지 섧기만 한데
생각하니 나도 평생 거목은 아닌가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