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4)
-
바람이 지나가면 대가 소리를 남기지 않고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故 君子 事來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못 위를 날면 그림자가 물위에 비치지만,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자취도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빈다. 人解讀有字書 不解讀無字書 知彈有絃琴 不知彈無絃琴 以迹用 不以神用 何以得琴書之趣 모든 사람은 글자 있는 책만 읽고 글자없는 책은 읽지 않으며,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형식에 집착하여 정신을 쓰지 않으면, 무엇으로 거문고와 책의 참 뜻을 얻겠는가. - 채근담 중에서
2010.02.26 -
비가 갠 뒤에 산을 보면 빛이 새롭고
雨餘 觀山色 景象 便覺新姸 夜靜 聽鐘聲 音響 尤爲淸越 비가 갠 뒤에 산을 보면 빛이 새롭고 경치의 새로움을 깨닫게 된다. 밤이 깊어서 종소리를 들으면 울림이 더욱 맑고도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더러움을 씻어 버리면 새로워지고 고요함 속에서는 맑아진다. 초목이 시들어 떨어지면 문득 뿌리에서 싹이 돋아난다. 비록 추운 겨울철이라도 봄기운이 움트나니 마침내 양기가 만물을 회생시킨다. 그러므로 만물을 죽이는 숙살(肅殺) 속에도 생생(生生)의 뜻이 항상 주인이 된다. 이것으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2010.02.24 -
하루 해는 저물었지만 노을은 아름답고
日旣暮而猶烟霞絢爛 歲將晩而更橙橘芳馨 故 末路晩年 君子 更宜精神百倍 이미 하루 해는 저물었지만 오히려 노을은 아름답고, 장차 한 해가 저물려 하는데도 등자(橙子)와 귤은 다시 꽃다운 향기를 풍긴다. 이런 까닭으로 인생의 말로인 만년에 군자는 정신을 다시 가다듬어 세월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爭先的徑路 窄 退後一步 自寬平一步 濃艶的滋味 短 淸淡一分 自悠長一分 앞을 다투는 길은 좁기 때문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절로 한 걸음이 넓어진다. 진하고 좋은 맛은 한때뿐이다. 너무 달면 싫어지지만 담백한 것은 오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분(一分)을 담백하게 하면 그 일분만은 오래도록 맛볼 수 있는 것이다.
2010.02.22 -
소란스런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수 있어야
靜中靜 非眞靜 動處 靜得來 재是性天之眞境 樂處樂 非眞樂 苦中 樂得來 재見心體之眞機 고요함 속에서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며, 소란스런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본성의 참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즐거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며,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마음의 참된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糞蟲 至穢 變爲蟬 以飮露於秋風 腐草 無光 化爲螢 而耀采 於夏月 固知潔 常自汚出 明 每從晦生也더러운 흙 속에서 자란 굼벵이가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바람에 이슬을 마신다.썩은 풀속에서 반딧불이 나와 여름 밤에 빛을 낸다.진실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201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