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수 권(3)
-
아침 강
아침 강 송 수 권 누이야, 동트는 우리 새벽 강물 너는 따라가 보았는가 수런수런 큰 기침하며 강가에 나와 우리 산들 얼굴 씻는 것 어떤 산은 한 모금 물 마시고 쿠렁쿠렁 양치질하는 것 어떤 산은 밤새도록 발을 절고 내려와 발바닥 티눈을 핥는 것 누이야, 너는 그런 동트는 새벽 강물 따라가 보았는가 물총새 한 마리가 담청색 날개를 털어 저 혼자 반도의 아침을 깨우는 것 반짝, 뜨는 은피라미 떼 몰아다 벼랑 끝 감춘 제 새끼들에게 아침 밥상 차리는 것 그 벼랑 끝 삼존마애불 은은한 미소 감도는 것 그 반도의 아침 강을 따라가 보았는가
2010.02.01 -
적막한 바닷가
적막한 바닷가 송 수 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2010.01.30 -
자귀나무꽃 사랑
자귀나무꽃 사랑 송 수 권 우리 산천 어디선들 이름없는 풀꽃들 보았느냐 푸른 버즘처럼 고목에 붙어 진기를 갇어 내는 겨우살이꽃 쉬엄쉬엄 오 리 길을 갈 때마다 길 표시로 심었던 오리 정자나무, 십 리 가서 십리나무꽃 봄이 먼저 와서 키 낮은 꽃다지 들 길에 자욱하고 밤 나그네새 울고 올 때 들머리에 뜬 저 주막집 불빛, 한 상 먹고 나와 뒷간에 앉아 쳐다보던 밤하늘의 캄캄한 먹빛 오디 열매들, 쥐똥같이 동그랗고 까만 쥐똥나무 열매들과 물에 담가 우리 영혼까지 얼비쳐 든 물푸레꽃, 이 나라 산천 발 닿는 곳 어디서껀 마을 앞 그 흔한 며느리밑씻개 개오줌꽃도 잘도 피지 않더냐 그중에서도 손주가 없어 중간대를 거른 방아다리손주 같은 유순한 저 자귀나무꽃 보아라 수꽃의 수술이 불꽃처럼 톡톡 튀는 여름산 비 그친..
2009.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