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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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엉겅퀴, 꽃이 핀다 김 승 기 인연법으로 얽히는 세상을 일념정진 소리로 풀어내는 고행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마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번뇌 가시로 떨쳐내며 마디마디 자라나는 그리움의 이삭들 자르고 자르면서 마침내 토해놓는 한 줌 핏덩이 得音의 길 □엉겅퀴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에 자생한다. 밑에는 털이 많고, 위쪽에는 거미줄 같은 흰털이 많이 있다. 잎은 깃꼴로 갈라지는데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와 가시가 있으며, 잎 양면에도 거미줄 같은 흰털이 있다. 6〜8월에 자주색, 붉은색, 흰색 등의 꽃이 줄기 또는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고, 9월에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씨앗에 갓털(관모)이 달려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진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한방에서「대계(大薊)」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
2023.09.16 -
일월비비추
일월비비추 김 승 기 장님이 되는 꿈을 자주 꾼다 청맹과니의 어두운 세상 공양미 삼백 석에 딸 팔아 눈 떠야 했던 심봉사 되어 허우적거리다 놀라 잠을 깬다 가슴 쓸어내리는 꿈이다 해마다 오르는 같은 산길에서 매번 마주치는 일월비비추 해와 달이 수없이 손 비비었어도 꽃 피울 줄 모르는 장님이더니 어느 날 문득 꽃이 활짝 눈을 떴다 꽃이 핀다는 건 장님이 눈 뜨는 일, 한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는 開眼이다 탁! 무릎을 치는, 깨달음이다 백운동 마을 사람과 마근담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였던 길, 그 길 따라 걷는다. 산새소리가 들리는 울울한 참나무 소나무 숲길을 호젓이 걷는다, 허리만큼 자란 산죽 위로 바람이 불어온다. 싱싱한 푸른 산죽의 맑은 향이 묻어온다. 두상꽃차례에 연한 자주색 ..
2023.06.18 -
까마중
까마중 김 승 기 이 땅에 뿌리내린 생명 누구나 소용 있는 목숨인데, 흔해다 해서 천대받는 설움인가 열매마다 까마귀 울음이 매달려 있다 봄여름가을 푸르른 날들 오히려 더 흔해빠진 까치에게 모두 빼앗기고 겨울논바닥으로 내려와 앉는 흔치 않은 까마귀떼, 사랑 잃은 빈터 종기 짓물러터지는 벼그루터기 움켜잡고 꺼억꺼억 뾰루지 돋는 울음소리 고스란히 열매 속에 스며 품고 있다가 이듬해 다시 꽃으로 피우는, 그렇게 상처 끌어안고 쓰다듬어야 귀한 약이 되는가 방울방울 까맣게 매달린 눈물아 □까마중(가지과) 길가나 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30--60cm 높이로 자라는 줄기에 어긋나는 달걀형 잎은 밑 부분이 긴 잎자루로 흐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6-8월에 잎과 잎 사이의 줄기에서 꽃대가..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