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2010. 3. 24. 16:59ㆍ시 모음/시
산
함 석 헌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갠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 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