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

2010. 3. 17. 09:49시 모음/시

   

경주 남산 칠불암 뜰 안의 채색한 기와

 

멋진 사람

해안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쥐고 오는 벗이 있다면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이른 새벽에 홀로 앉아 향(香)을 사르고

산창(山窓)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佛經)을 아니 배워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고

바위에 기대어 잠든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道)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해 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이 없이

굳이 오고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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