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外

2025. 6. 13. 19:55시 모음/시

소리

유 재 영

 

벌써 

몇 번째

 

어둠을 뚫고,

 

고요에

이마를

부딪치는

 

열매가 

있다

 

 

회나무 열매는 둥글며 짧은 날개가 있다. 열매가 벌어지며 속에는 진분홍색 종자가 달린다. 참회나무 열매는 날개 없이 구슬처럼 둥글다

 

 

 

적막

유 재 영

 

오래된 그늘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뭇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참 조용한

하늘의 무게

 

 

으름덩굴 열매인 '으름'은 익으면 반으로 갈라지며 속에는 흰 과육과 많은 씨가 들어있다.



 

득음(得音)

유 재 영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고향집에 와서 

오십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듣는

 

고욤꽃 떨어지는 소리 

 

 

심산(深山)에 자라는 하늘색 맑고 아름다운 솔체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 있다.
개별꽃 - 꽃말은 귀여움, 꽃받침은 5장, 꽃잎은 5장, 길이 6mm이고 수술은 10개, 꽃밥은 검붉은 색, 암술대는 3개이다

 

 

구절리 햇빛

유 재 영

 

며칠 전,

투구벌레 두 마리

자웅을 가리던 곳

오늘은 쇠별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부전나비 한 쌍

자꾸 자리를

옮겨 앉고

메추라기 새끼가

고개 갸웃대며

지나갑니다

구절리 햇빛들이

개살구 속살까지

말갛게 비추는 동안

어디선가

외대버섯 냄새가

고요히 퍼졌습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울울한 숲속에서 자라는 도라지모시대의 우아한 꽃망울과 꽃

 

 

오래된 가을

유 재 영

 

수척한 햇빛들도 때로는 눈부셨다

조용히 몸 가리고 들꽃 피운 작은 언덕

다가가 만지고 싶던 손목 하얀 그 가을

 

돌아보면 아직도 물빛 같은 그리움이

첫사랑도 슬픔들도 내 생애 은빛 굴레

먼 안부 보낼 곳 없어 아득하던 그 허공

 

 

둥근이질풀 - 긴 꽃대에 분홍색 꽃이 2개씩 달린다. 5장의 꽃잎에는 짙은 색의 줄이 있다. 꽃말은 '새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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