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3. 19:55ㆍ시 모음/시
소리
유 재 영
벌써
몇 번째
어둠을 뚫고,
고요에
이마를
부딪치는
열매가
있다
적막
유 재 영
오래된 그늘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뭇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참 조용한
하늘의 무게
득음(得音)
유 재 영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고향집에 와서
오십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듣는
고욤꽃 떨어지는 소리
구절리 햇빛
유 재 영
며칠 전,
투구벌레 두 마리
자웅을 가리던 곳
오늘은 쇠별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부전나비 한 쌍
자꾸 자리를
옮겨 앉고
메추라기 새끼가
고개 갸웃대며
지나갑니다
구절리 햇빛들이
개살구 속살까지
말갛게 비추는 동안
어디선가
외대버섯 냄새가
고요히 퍼졌습니다
오래된 가을
유 재 영
수척한 햇빛들도 때로는 눈부셨다
조용히 몸 가리고 들꽃 피운 작은 언덕
다가가 만지고 싶던 손목 하얀 그 가을
돌아보면 아직도 물빛 같은 그리움이
첫사랑도 슬픔들도 내 생애 은빛 굴레
먼 안부 보낼 곳 없어 아득하던 그 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