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

2019. 7. 23. 06:19시 모음/시

지리산 법계사 삼층석탑

 

 석탑  
 손 상 근 

열리지 않는 
문이 있습니다 
두드려도 
귀 멀어 듣지 못 하는 
가슴이 있습니다 

해 묵은 책 속 
한 귀절 시귀(詩句)처럼 
꺼내기 어려운 
향기가 있습니다 

안개처럼 허리 휘감는 
나의 말들은 
표면에 부딪혀 
스러집니다 

맴도는 내 가슴 
환히 보면서 
모른 채 서 있는 
당신 입니다 

 

 

석탑 
목 필 균 

청빈한 그는 
한번 걸친 옷 그대로 
노숙한 세월이 얼마인지 

욕심이 없어서 
가진 것이 없었는지 
가진 것이 없어서 
욕심이 없었는지 

홀홀단신 노숙의 바람 
청태로 끌어안고 

아이디도 없고 
비밀번호도 없는 
단단한 가슴 
안으로 잠근 채 

풍화된 사랑도 
지우지 못할 정이었는지 
한번 올라선 계단 
침묵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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