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의 가을
2018. 12. 9. 19:27ㆍ시 모음/시
배롱나무의 가을
김 승 기
겹겹으로 받은 사랑
하늘로 땅으로 다시 돌려줘야지
봄부터 몸치장을 빛내준 푸르른 잎이여
기쁨으로 여름을 출렁이게 해준 꽃들이여
참 행복했었네
화려했던 옷가지들 다 벗어 주고
햇살 아래 드러나는 매끄러운 백골만으로도
풍성한 가을이 될 거야
아름다웠던 시간들은
뼛속 마디마다 갈무리해 두고
꿈꾸는 잠으로 겨울을 맞이해야지
이제부터 즐기는 외로움
그 외로움 뒤에 새로운 봄이 있어서
오히려 겨울이 따뜻할 거야
배롱나무의 가을은 이렇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