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아직

2018. 10. 29. 09:06시 모음/시

 

소백산 천문대의 은하수

 

  

어둠이 아직

나 희 덕

 

얼마나 다행인가

눈에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에도

눈 꺼풀이 깜박이는 동안에도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은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난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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