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꿈
2014. 11. 14. 11:41ㆍ시 모음/시
뿌리의 꿈
박 인 걸
묻어둔 거목의 꿈을
흑암의 깊은 세계에서
아주 작은 촉수로
밝은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수학의 등식 이전부터
기아급수의 원리를
나무뿌리는 깨닫고 있었기에
잎을 허공으로 치밀었다.
잎 새 하나에서 억만 가지로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천만 잎으로 호흡하며
영토를 점령해 나간다.
거미줄처럼 엉킨
차가운 땅을 헤집으면서
든든한 버팀이 되므로
지상의 꿈은 옹골차게 영근다.
거목 옆에 서서
우람스러움에 입을 벌리며
위대한 뿌리의 꿈을
가슴 속에 옮겨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