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8. 12:29ㆍ사진/야생화
단풍나무열매엔 배꼽이 없다
김 승 기
검붉은 주검으로 떨어진 꽃별
밟지 않으려고 깨금발을 하다
걸음 멈추고 우뚝 선다
오도독오도독 내 눈물이
발밑에서 가루 되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저 꽃들 떨어진 자리
쳐다보니, 단풍나무열매에 배꼽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나무 나무들마다
꽃이라는 입으로
나무의 젖꼭지를 물고 숨차게 빠는 동안
반대편에서 꼭꼭 문을 닫고
뜨겁게 몸을 채우던 열매의 배꼽,
그 탯줄을 끊고 난 흉터가
단풍나무열매에는 없다
남들 가쁜 숨 몰아쉬며 꽉꽉 채운 몸
붉게 검게 익어갈 때,
바람아 나를 데려가 다오, 속을 비우며
나비의 날개로
목을 매는 단풍나무열매,
그는 배꼽을 만들지 않는다
긴 인연의 끈 놓지 못해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파르르 떨고 있을지라도,
바람이 온몸 흔들어도
난간에 매달린 風磬처럼 애달픈 울음소리 내지 않고,
결국 하늘 한번 날아보지도 못한 채
하얗게 숨결 끄며 말라가지만,
아, 얼마나 가벼우랴
저러니 마지막 가는 가을을 그렇게
붉은 정염으로 활활 태울 수 있는 것,
내겐 무거운 멍에로 평생을 옭아매는
언젠가는 끊어내야 할 인연의 끈
그 흉터를 단풍나무열매는 가지지 않는다
□단풍나무
단풍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산지에 자생하는데 관상수와 조경수로도 많이 심는다. 나무껍질은 옅은 회갈색으로 어린 가지는 털이 없으며 녹색에서 홍자색으로 변한다. 잎은 마주나는데 손바닥 모양의 원형으로 5~7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잎 뒷면에 털이 있다가 없어진다. 암수한그루로서 4~5월에 자홍색의 꽃이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다로 피며 양성화도 섞여 있다. 꽃은 꽃잎이 없고 꽃받침은 5장이다. 9~10월에 타원형의 날개가 달린 둥근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2개가 마주 붙어 달린다. 한방에서「계조축(鷄爪槭)」이라 하여 뿌리껍질과 가지를 약재로 쓴다. 정원이나 공원에서 기르는 단풍나무에는 여러 가지 품종이 있으며, 그 중 일 년 내내 잎의 색깔이 붉은 것을「홍단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