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오르며
2013. 7. 7. 19:29ㆍ사진/한국의 산
계곡을 오르며
박 얼 서
계곡은 언제나 낮은 곳에 있었다
세속을 벗어난 해맑은 자세로
더 낮은 곳을 향하는 구도자로서
물길의 방향을 탓하지 않았다
계곡은 그 많은 세월을 배설하고도
제 뼈를 깎아 이리저리 뒹굴면서
아직도 물길을 다듬는 중이었다
물소리가 좀더 우렁차다 싶으면
경고라도 하듯 큰 절벽을 앞세워
발길을 뚝 끊어 놓곤 하였지만
물길 그 건너편에 새길이 있었다
물길은 한없이 낮게만 향하는데
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