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30. 14:22ㆍ사진/야생화
금강애기나리
김승기
한 30년을 넘게 꽃을 사랑하다 보니
이젠 뒤태만 봐도 무슨 꽃인지 안다
숲 그늘에 몸을 가려도
꽃잎과 꽃술은 무슨 색이고 꽃받침은 어떻게 생겼으며,
가슴이 B컵인지 C컵인지
허리 사이즈는 몇이나 되는지,
봄여름가을은 물론
한겨울에 두툼한 점퍼로 꼭꼭 껴입어 감싸도
어떤 속옷 란제리를 입었는지,
겉모습만 보아도 안다
오늘도 사랑하는 꽃 하나
오뉴월 땡볕아래 양산을 쓰고
숲그늘을 걷고 있다
잘록한 허리
볼륨감 넘치는 히프와 가슴
라임민트의 셔츠와 미니스커트 안에서 출렁거린다
내 앞에서 걷고 있는 그녀
저렇게 꽃잎이 젖혀진 걸 보면, 오늘은 분명
옐로우그린 바탕에 다크브라운 호피무늬가 수 놓여있는
85C컵 100의 레오파드 브라팬티를 입고 있다
한 눈에 반해버린 그녀
몇 해 동안 데이트를 해왔던가
오늘 나와 사랑을 나누고 나면
동그란 열매가 빠알갛게 익어갈 것이다
□금강애기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오대산, 팔공산, 소백산, 덕유산, 민주지산, 지리산, 백운산 등의 백두대간과 제주도 한라산의 높은 산등성이나 산의 침엽수림 가장자리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고 땅을 기는 줄기가 있다. 줄기는 하나가 곧게 서는데 아래쪽에는 막질의 엽초 모양으로 된 잎에 싸여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긴 계란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밑은 둥글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4~6월에 연한 황백색의 바탕에 자주색의 반점이 있는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1~2송이가 달린다. 7~8월에 약간 세모진 둥근 모양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보주초(寶珠草)」라 하여 약재로 쓴다. 꽃이 희고 반점이 없는 것을「흰금강애기나리」라고 하는데 원로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의 이름으로 학명이 지어진 한국 특산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