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무

2012. 6. 26. 09:44시 모음/시

회나무 열매

 

새와 나무

류 시 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 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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