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2012. 6. 5. 14:53ㆍ시 모음/시
포도주
가을 바람과 아침 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고이는 향기는 가을 하늘을 물들입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 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셔요.
님이여, 그 술은 한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님이여.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심산궁곡 깊은 곳에 피어 있는 난초는 사람이 없다하여 그 향기를 내지 않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