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필(足筆)

2012. 7. 16. 13:10시 모음/시

창원마을

 

 

족필(足筆)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시 모음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비  (0) 2012.07.22
산을 배우면서부터  (0) 2012.07.16
산에 가거던  (0) 2012.07.16
새와 나무  (0) 2012.06.26
산거(山居)  (0) 201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