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필(足筆)
2012. 7. 16. 13:10ㆍ시 모음/시
족필(足筆)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